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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입체진단 5] 중견기업자금난…'날마다 錢爭' 벼랑끝 버티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6.28 04:42

수정 2014.11.07 14:09


일명 ‘잘 나가다는 30대 중견기업 K사’의 자금부장 L씨.지난 27일 오전 7시 집을 나서 회사를 향했지만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올 들어 끊었던 담배도 한대 물었다.오늘 만기가 되어 돌아오는 회사채의 상환 문제로 어젯밤 잠을 한숨도 청하지 못했다.

K씨는 그동안 1년, 6개월, 3개월, 1개월, 주간, 심지어 일자별로도 자금수급계획을 세워 왔다.그러나 최근들어 은행들이 6월말 경영지표개선 명분으로 기업대출을 꺼리고 있고 회사채의 차환 발행도 안되고 있다.종금사는 대출회수까지 하고 있다.먼저 미수채권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여러곳을 돌아다녀봤지만 거래처의 사정은 더 나쁘다.오전 10시가 다 됐다.

이번에는 CP(기업어음)시장을 돌아보기로 했다.백지어음까지 가져갔다.그러나 어느 증권사나 투신사 할 것 없이 창구에서의 대답은 ‘담당자가 회의중이거나 시내 출장중’. 할 수 없이 인근한 캐피탈회사 H사를 찾아갔다.오전 11시 30분.겨우 담당자를 만나 식사라도 같이 하자고 했더니 약속이 있단다.

낮 12시가 넘었건만 점심 식사도 생각이 없다.다시 담배를 한대 꺼내 물었다.명동 사채시장으로 향했다.고금리라도 돈을 꿔볼 생각이다.궁하면 통한다더니. 겨우 기업어음을 할인해 필요한 자금의 절반 정도만 구했다.

최후의 보루는 주거래은행인 S은행.‘일시대’형식으로라도 자금을 융통시켜달라고 떼를 쓸 예정이다.평소 회사로 찾아와 돈을 대출해가라고 판촉활동을 하던 대부계 과장을 만났다.통 사정을 했다. 겨우 나머지 금액을 채웠다.

L씨는 또 내일 걱정이 앞선다.6월 이제 3일만 견디자.7월 들면 자금사정이 나아진다니까…

다른 중견기업들의 자금 담당들의 하루도 L씨와 다를바 없다.살얼음 판을 걷고 있다.
지난 27일 C그룹 자금담당이사인 K씨는 투신사,증권사로 뛰어 다니며 기업어음(CP)을 차환해 달라고 매달렸지만 마지 못해 차환 받은 게 고작 1주일 단위.

지금은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 은행에 8조원, 보험업계에 2조원을 각각 할당해 모두 10조원 규모로 조성한 ‘기관전용 ABS(자산유동화증권) 회사채 펀드’ 조성 이후로 그나마 사정이 풀리는 기미가 보이는게 유일한 희망이다 .실제 자금 악화설에 휘말린 쌍용 금호 동양 한솔대림 효성등 중 상당수가 막막해 보이던 급한 불을 최근에 껐다 .

쌍용그룹의 경우 이달말까지 상환해야 할 회사채는 1710억원.쌍용은 4월 624억원, 5월 6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뒤 쩔쩔매다 이달 중순이후 9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가까스로 발행했다.


그래도 자금담당 임원들은 좌불안석이다.
일일 단위로 자금수급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펀드 약관에 펀드 금액의 80%를 투자부적급 등급에 할당하라고 명시됐지만 펀드에 편입될 지 여부는 은행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 sooyeon@fnnews.com 배수연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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