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대형은행 BIS 8% 사투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6.29 04:43

수정 2014.11.07 14:08


억지로 끌어 올리고, 안되면 고리대금이라도 끌어오고,그대도 안되면 덮어버리고….

6월 한달동안 한국경제를 뿌리채 뒤흔들었던 은행들의 ‘BIS(국제결제은행) 비율 맞추기’가 상반기결산 마감일인 30일 막을 내린다. 대출창구를 완전히 닫아 숨통이 막혀 버린 기업들도 내달부터는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재개될 것이라고 잔뜩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빛·조흥·외환 등 기업거래 비중이 높은 대형은행들은 가까스로 BIS 비율 하한선(8%)를 맞춘 상태여서 다음달에도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을 전망이다.

은행 살생부가 된 ‘BIS 공포’에 이번에는 은행과 기업은 물론 금융당국마저 겁을 냈다. 그만큼 은행들의 사정이 다급했던 것이다. 특히 한빛?^외환은행은 막판까지 BIS 비율 8%를 넘기기 위해 사투했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 BIS 비율을 8%를 맞추려고 대출을 끊고 회사채와 CP(기업어음) 매입도 중단하는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했다”며 “확실한 수치는 8월 중순에 확인할 수 있겠지만 일단 8% 목표는 달성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얼마전까지는 8%가 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고 실토했다. 은행이 돈을 빌려주거나 회사채, CP 등을 사면 그만큼 위험자산이 늘어나 자기자본을 늘리지 않은 한 BIS 비율이 하락하게 된다. 한빛은행은 지난해 말 8.67%이던 BIS 비율을 올 3월말 자본확충 등을 통해 9.44%까지 끌어 올렸으나 이번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업에 묶인 대출금 등을 추가부실로 재분류하는 과정에서부실이 대거 발생,BIS 비율이 뚝 떨어졌다.

외환은행은 지난 27일 2억달러 규모의 외화후순위채 발행에 성공,BIS 비율을 막판에 8.5%까지 올렸다. 후순위채 발행이 없었다면 BIS 비율은 8.1%에 머물렀을 것이라는 게 외환은행측의 설명. 이처럼 아슬아슬한 비율은 자칫 부실자산이 추가로 생기거나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이 조금만 달라져도 곧 바로 8%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 외환은행이 해외에서 이른바 ‘급전’을 끌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외환은행이 발행한 외화후순위채권은 금리가 리보(런던은행간금리)+6.5%로 매우 높다. 27일 현재 금리로 환산하면 연 13.75%. 지난 2월 8억5000만달러 외화후순위채를 발행했던 한빛은행이 리보+5%(상위채 리보+5.4,하위채 리보+4.48%)선의 금리를 부담한 것과 비교하면 4달만에 가산금리가 1.5%포인트 가량 뛴 것이다.

대형은행들이 이처럼 BIS 비율 맞추기에 고전을 하자 금융감독원도 결국 은행권의 잠재부실 발표와 함께 공개하려던 은행별 BIS 비율을 밝히지 않기로 했다. 은행들의 자회사까지 포함한 정확한 BIS 비율을 내려면 상반기 결산작업을 마무리하는 8월 중순쯤이 돼야 한다는 게 이유. 그러나 실제 이유는 억지로 맞춘 대형은행들의 BIS 비율이 8% 안팎에서 오락가락 할 경우 은행들의 대외신인도는 물론 경제 전체에 미치는 충격이 너무 클 것이란 점을 감안한 것이다. 한빛은행의 경우 국내 30대 그룹중 15개 그룹의 주거래은행이고 워크아웃 기업만도 23개나 된다.
이런 은행의 BIS비율이 8% 커트라인에 걸려 흔들리면 그 여파도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은행이 해외에서 자본을 조달하기 어렵고기업들에게 돈을 지원하지 못하면 금융시장은 다시 위기를 맞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일단 8월 중순까지 시간을 벌어 놓은 다음 그때까지 과감히 부실을 털고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전략을 구사하기로 조율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kyk@fnnews.com 김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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