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고어-부시 경제공약, '이구동성'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6.29 04:43

수정 2014.11.07 14:08


‘앨 고어든 조지 부시든 경제는 한목소리’.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는 미국인의 무관심 속에 끝날 지도 모른다.신경제 · 세계화 · 투자자 유치라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공약이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전역 미사일 방위체계(NDS) 등 국가안보 정책이나 대법원 판사는 어떤 성향을 가진 인물을 뽑을 것인가와 같은 것들이다.

민주당 앨 고어 후보와 공화당 조지 부시 후보 모두 “다음 세대는 신경제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공언하면서 똑같은 대선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근로자의 일자리 보장,미국의 번영,자유교역,균형재정,교육수준 향상 등 마치 입이라도 맞춘 듯하다.

시대 변화가 정부의 세력 약화를 부추기고 있다. 정부가 시장을 좌지우지하던 시대는 가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가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외국인 투자자들의 입맛에 맞추다 보니 대선공약도 맞춘 듯이 똑같게 됐다.

자칫 혁신적인 정책을 도입했다가 외국인들이 미국에 대한 신뢰를 잃고 줄줄이 떠나버리면 미국경제라는 항공모함도 침몰할 지 모른다.

두 후보의 경제자문도 공약에 큰 차이점이 없음을 실토한다.고어 진영의 로라 디안드레아 타이슨 캘리포니아 경영대학원 학장은 “경제정책에서 양당 후보가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를 지낸 부시 측 경제자문 래리 린제이는 “두 후보의 정책이 똑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모두 미국인들의 공감대를 반영하고 있다”는 완곡한 표현으로 차이점이 없음을 고백했다.

고어와 부시는 정책대결보다 정책 추진을 위한 상대방의 태도를 물고 늘어진다.

부시는 “고어가 중국에 대한 영구적 정상 교역관계(PNTR) 법안 처리에 소극적이었다”며 세계화에 대한 고어의 미지근한 태도를 비판했다.

이에 맞서 고어는 균형 재정을 이루면서 조세감면과 사회보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부시의 정책이 “비현실적”이라며 반격했다.

1932년 대공황 당시 허버트 후버와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정책 대결,1964년 세계주의자 린든 존슨과 국수주의자 배리 골드워터의 정책공방,1980년 지미 카터와 로널드 레이건의 정책대결 등 역대 미 대선은 뜨거운 정책대결로 미국인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지금은 다르다.
지난해 11월 실시된 AP통신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24%가 고어,21%가 부시를 지지한다고 답한 반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똑같을 것’이라고 대답한 응답자가 무려 48%에 달했다.

USA투데이지에 따르면 미국인의 45%가 세계화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세계화에 반대하는 군소정당 소속의 팻 뷰캐넌과 랠프 네이더는 저조한 지지율 속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등 미국인들은 복잡한 속내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신경제를 맞아 처음 실시되는 이번 미국 대선은 어느 나라도 투자자의 기대에 어긋나는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노동부 장관을 지낸 브랜다이스대 경제학과의 로버트 라이 교수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신경제 시대에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은 한정돼 있다.전세계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는 것이 정책 선택에서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 dympna@fnnews.com 송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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