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우차 매각에 고려할 사항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6.29 04:43

수정 2014.11.07 14:08


현대-다임러 제휴의 의미
한국 제1의 자동차 업체인 현대자동차와 세계 제3위의 다임러 크라이슬러와의 전략적 제휴는 시발과 새나라로 부터 시작하여 반세기에 이르는 국내 자동차 조립 및 생산역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자못 크다. 그 의미는 무엇보다도 선진기술 이전과 함께 새로운 경영기법의 도입으로 국내 자동차 생산의 글로벌화를 이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세계 자동차 생산의 메이저가 국내에 진출하는 발판이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경영권 다툼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여온 현대 경영진으로서는 경영권 안정이라는 부수적인 과실을 얻게된 것도 다행스러운 일일 것이다.

세계 자동차 업계의 살아 남기 위한 합종연횡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번에 현대와 제휴한 다임러 크라이슬러도 지난 98년5월 독일 최대의 자동차그룹인 다임러 벤츠와 미국3대 회사인 크라이슬러가 합병,자동차부문 세계3위,전 업종을 통틀어서도 세계6위의 큰 회사로 부상했다. 그 뒤 이 회사는 일본의 미쓰비시 주식을 인수,문자 그대로 경영의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그밖에도 독일의 포크스바겐과 영국의 롤스로이스의 제휴협상을 비롯한 자동차 업계의 세계 제패를 노리는 전략은 가히 전방위적이라 할 수 있다.

자동차업계의 이와 같은 지각변동은 물론 공급과잉상태에 있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대형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이룩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한 현실에서 비롯된다. 경쟁력을 갖춘 메이커 5∼6개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도태될 것이라는 연구보고서가 일반화한 지는 이미 오래다. 적어도 연간 4백만대 이하의 생산규모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글로벌 과점체제론이 상식화되어 있는 것이다. 연간 2백88만대(기아차 포함)의 현대와 4백 85만대의 다임러의 제휴는 따라서 현대로서는 세계과점체제 아래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한 셈이고 다임러로서는 대우 자동차의 향방에 따라 세계 제1의 메이커로 부상할 수 있는전기를 마련한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외형상 글로벌체제를 갖춘 현대가 얼마만큼이나 최신기술을 이전받고 경영기법을 전수받아 생산성을 향상시키느냐하는 것이다.국내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메이커의 1인당 생산능력이 일본 도요타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현실은 생산성향상의 필요성을 웅변한다.또한 양질의 부품을 값 싸게 조달, 국내 관련산업발전에 기여하고 가격면에서도 우위를 점하느냐의 여부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자동차산업이야말로 전후방 연관효과가 가장 큰 산업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이 전무한 중국과 인도등 아시아개도국에 수출의 전진기지를 구축하는 것도 현대의 몫임은 물론이다.

대우차 매각에 고려할 사항

숱한 논난끝에 국제입찰에 부쳐진 대우자동차는 마침내 세계제2위의 메이커 포드로 낙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명되었다. 세계자동차업계의 '빅스리'가 참여한 국제입찰에서 포드가 여타 업체보다 월등하게 비싼 값으로 응찰함으로써 단일의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앞으로 정부와 채권단은 포드와 함께 정밀심사를 거치면서 대우자동차 해외법인의 우발채무규모와 채권단에의 지분양도비율, 고용승계및 기술이전보장등을 고려하여 오는 9월말까지 말썽많았던 대우자동차에 대한 처리를 매듭지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자동차의 매각은 우리 경제의 커다란 멍에가 되어왔던 하나의 부실기업을 처리한다는 측면에서 뿐 아니라 자동차산업의 세계적 판도를 크게 바꾸어 놓을 것이란 점에서 국내외에 엄청난 파장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우선 국내적으로는 현대자동차의 압도적인 시장지배구조가 포드의 공격을 받아 양대회사의 대결구도는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이미 25%에 불과한 대우자동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10%포인트 가량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한 상황이다. 여기에 르노-삼성이 가세, 국내 자동차구도는 2강1약의 체제가 굳어질 전망이다.

대우자동차가 포드로 넘어가면 세계적 자동차업계의 판도에 일대 지각변동이 이루어지게 된다.세계차 업계의 만년 2위의 설음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포드로서는 GM을 추월, 1위로 발돋음 하는 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작년 생산량 960만대가 대우의 190만를 인수함으로써 GM의 1천 100만대를 상회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아시아에서의 판매망을 갖지 못한 포드로서는 앞으로 무한 한 잠재력을 가진 중국과 인도진출에의 전진기지를 마련하는 셈이다. 역설적이지만 대우자동차의 향방은 그만큼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대우차 입찰에 있어 불공정시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포드의 회계자문회사가 대우 구조조정협의회의 회계자문을 맡고 있는 회계법인과 제휴관계에 있기 때문에 대우차에 관한 비공개 회계자료가 제휴사를 통해 포드로 넘어갔을 가능성에 대해 여타업체가 국제소송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이다. 입찰과정에 있어서 불공정시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어느 회사에 낙찰되느냐 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고 보면,공정성시비는 투명하게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오해의 불식 없이는 한국정부에 대한 신인도는 물론 국제적 망신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가격면에서 포드가 월등하게 높다하여 이 회사에 넘겨진다해도 값 못지않게 큰 비중을 가지고 고려해야할 사항은 수없이 많다.무엇보다 포드의 대우차 인수가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발전에 얼마만큼 기여하느냐가 가장 큰 고려사항이다. 대우차의 매각을 계기로 하여 최신 기술과 선진경영기법이 이 땅의 자동차산업에 접목되어 우리 자동차산업으로 하여금 국제경쟁력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그러지 않아도 앞으로 몇년안에 세계 자동차업계는 상위 5-6개사를 제외하고는 도태될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로 닥아오는 상황이라면, 기술이전없는 단순한 처분은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을 외국기업의 하청기지쯤으로전락시키고 말 것이다. 고용승계와 연구개발투자, 부품기업 발전에의 기여정도, 새로운 시장개척여부역시 중요한 고려대상임은 물론이다.

대우차의 해외매각에 대해 국부유출시비가 일고 있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공개 입찰에 응찰한 3개 사 어디에 넘어가도 국내생산시설이 외국에 넘어가는 것은 큰 차이가 없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다임러크라이슬러 컨서시엄의 경우에도 현대의 지분이 19.9%인데 비해 다임러지분은 80.1%에달하기 때문이다.
대우차의 매각을 계기로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국제화와 경쟁력 강화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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