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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게놈시대 (하)] '틈새기술' 개발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6.30 04:43

수정 2014.11.07 14:07


셀레라 제노믹스사의 게놈 관련 자료는 인터넷을 통해 유료로 제공될 예정이다.이는 인간게놈정보를 둘러싸고 경제전쟁이 시작됐음을 시사해주고 있다.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인간게놈지도 초안 완성을 발표하면서 인종 분리나 차별,사생활 침해 등에 사용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말의 실현가능성은 희박하다.

서울대 생물공학부 최재천교수(행동생물학)는 “생명공학쪽 정보는 거의 전부 미국이 갖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본격적인 인간게놈지도의 활용단계에서 많은 돈이 미국으로 흘러들어갈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또 “국제적인 면 이외에도 게놈 정보가 알려질 경우 사회적으로도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나 이는 법적으로도 막기 어려운 위험요소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적으로 세계 유수의 제약회사들은 엄청난 돈을 내고 셀레라 제노믹스사가 분석한 인간게놈정보 자료를 제공받아왔다. 만약 미국이 한국인이 잘 걸리는 위암과 간암의 발병 원인 유전인자의 실체를 밝혀내 특허를 받는다면 국내에서는 이를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수입하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기술종속을 우려,일본도 염색체 해독작업에 나서 최근에 이미 21·22번 염색체 해독을 끝냈다.
또 일본정부는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오는 2004년까지 치매·암·당뇨병·고혈압·알레르기성 질환 등 주요 질병의 유전자를 해명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국내 역시 인간게놈정보의 무기화를 둘러싼 기술종속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안마련이 시급하다.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류성호교수는 “인간게놈정보의 가치가 높고 이의 이용료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선진국에 종속될 경우 엄청난 딜레마에 빠지기 쉽다”며 “이에대한 대처방안으로 국내 여건에 맞는 틈새가 무엇인가 빨리 파악해 특정분야에서 우리만의 노하우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에서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는 1218명의 응답자 가운데 75%가 자신들의 유전자 정보를 보험회사들이 알아서는 안된다고 답했으며 84%는 정부도 이 정보를 보아서는 안된다고 답했다.

이는 인간게놈지도가 공개된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점이 무엇인가를 부분적으로 암시해주고 있다.유전자 자료를 확보한 특정회사가 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고용하지 않을 수도 있는가 하면 맞선을 본 남녀간에 서로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특정회사의 유전자 자료를 고액에 입수,결국 결혼이 파기되는 사례도 예측해볼 수 있다.또 암보험을 들려는 고객이 보험사의 유전자 자료에 의한 거부로 보험을 들 수 없는 입장에 놓일 수도 있다.

국내에서도 인간게놈지도가 공개됨에 따라 예상되는 사회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본격적인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개개인의 유전자 정보에 접근이 쉬워질 경우에 대비,이를 연구분석할 전문연구팀도 둘 예정이다.
가칭 ‘개인유전정보유출에 따른 윤리적·사회적·법적인 문제점에 대한 대책팀’이 이달 공모를 통해 구성된다.이 연구팀은 개인유전정보 유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제반 문제들을 총괄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소 유전체연구센터장 김용성박사는 “바이오연구에 있어서 개인정보유출에 따른 부작용문제 해소방안 마련은 필수적인 일”이라고 지적한 후 “국내에도 이 분야에 대한 전문가가 많으니 만큼 각종 설문조사 등 다각적인 채널을 통해 개인정보유출에 따른 문제점들이 무엇인가 파악해 대책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 sung@fnnews.com 박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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