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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집단이기주의 경제가 멍든다


집단이기주의는 치료할 수 없는 우리사회의 고질병인가. 최근 며칠사이에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우리 사회의 집단이기주의 현상은 우려의 단계를 넘어 나라의 기강이나 정책의 방향까지를 흔드는 병폐로 등장하고 있다. 개탄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법이나 사회정의를 무시한 채 다중의 힘으로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려는 집단이기주의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상승적으로 번져가고 있는 집단이기주의는 정책의 혼선을 가져올 뿐 아니라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림은 물론, 국민 정서와 가치기준의 혼란까지 가져올 만큼 그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는 느낌이다. 개혁이 후퇴하고 경제 각부문에 커다란 상처를 남기고 있은 사례는 수없이 많다.

이런 현상은 가까이는 지난 주말에 겨우 봉합된 의료대란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다. 이익집단이 극단적인 수단으로 밀어붙이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이다. 정부가 의사 폐업에 대해 무기력하게 대응한 것도 다중의 힘에 의존하려는 의식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빚었다.

의료대란의 여파는 지금 사회 각계에서 그 후유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금융산업노조를 비롯한 대한송유관공사,전국사회보험노조(구 지역의보노조),환경관리공단노조,대우자동차의 관련업계와 노조 등이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거나 벼르고 있다. 급기야는 월남전에서의 역전의 용사들이 신문사에 난입하여 집기를 파손하는 폭력까지 등장한 판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와같은 집단적인 행동이 왜 자행되고 있는지 그 원인에 대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의 상실과 추진과정에서의 일관성 결여,오락가락하는 정책의 혼선에 그 상당한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갈팡질팡하는 정책의 대표라 할 수 있다.
노조의 반발에 따라 고위관리의 말바꾸기가 조변석개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집단이기주의의 병폐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정책결정에 앞서 관련 이해집단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친 다음 한번 결정되면 일관성 있는 추진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또한 타협의 원칙은 지키되 원칙의 타협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