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19홀] 벙커를 싫어하는 이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02 04:44

수정 2014.11.07 14:06


벙커를 좋아하는 골퍼는 아무도 없다.

프로골퍼들도 볼이 벙커에 들어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하물며 아마추어 골퍼에게 있어서 벙커는 ‘쥐약’과 같다.아마추어 골퍼들은 드라이버든 아이언샷이든 일단 볼이 벙커에 들어가면 “이젠 틀렸구나”라고 생각한다.

벙커샷에 자신이 없는 골퍼는 샌드웨지가 아닌 퍼터를 들고 벙커로 들어가 볼을 굴려 탈출시키기도 한다.이런 골퍼에게 샌드웨지를 들려 주면 여지없이 두 서너번 푸석댄다.그나마 그렇게 해서라도탈출하면 다행.몇 번 푸석대다 안되면 아예 손으로 볼을 들고 나오는 골퍼도 있다.또 어떤 골퍼는 손으로 볼을 그린으로 던지고 나서 몇 번으로 쳤느냐는 동반자의 질문에 다섯손가락를 펴 보이며 ‘5번’ 이라고 말한다.다들 벙커샷 증후군을 앓는 사람이다.

그러면 왜 골퍼들이 벙커를 싫어 하는 것일까.벙커샷을 못하는 골퍼들이 만들어 낸 핑계는 이렇다.

첫째는 너무 헤푸기 때문.지조를 지키지 못하고 이 사람 저 사람 다 받아 준다.둘째는 그래서 그런지 너무 커서 싫어 한다.셋째는 물이 없어 너무 메말랐기 때문이고 넷째는 재수없게 풀이 없는 민둥산이라 싫단다.

골프에는 주요 핑계만도 108가지나 된다고 하지만 벙커샷의 그것을 들어보면 더 될 듯싶다.원래 ‘석수(石手)는 정을 탓하지 않는 법’이다.

벙커는 꼭 볼이 들어가기 쉬운 곳에 위치한다.코스설계시 그냥 ‘폼’으로 만들어 놓은 게 아니다.부정확한 샷을 한데 대해 대가라고 생각하면 누굴 탓할 것도 핑계 댈 것도 없다.

/ jdgolf@fnnews.com 이종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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