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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파국, 피할 수 없나…총파업땐 구조조정 파행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02 04:44

수정 2014.11.07 14:05


금융권에 결국 ‘은행 총파업’ 비상이 걸렸다.

이 때문에 6월말 ‘국제결제은행(IS) 공포’를 가까스로 넘긴 금융시장에는 다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총파업에 따른 금융마비와 금융구조조정 파행,자금시장 불안,대외신인도 추락 등 심각한 부작용도 우려된다.

금융노련은 오는 11일 총파업을 예고하고 3일 파업찬반투표를 결행한다. 이에 앞서 지난 달 30일에는 주택은행 노사간에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졌다. 사측이 각 지역본부에 내려보낸 파업대비 교육지침서가 노조를 자극한 것이다.
금융노련이 주도한 은행 노사간 임·단협도 지난 달 23일 완전 결렬돼 파업실행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 상태다.

정부는 3일 아침 이용근 금감위원장 주재로 은행장 회의를 긴급 소집,사태확산을 사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 금융노련 파업 결행 가능성=금융노련은 3일 파업찬반투표에서 파업결정이 나는 대로 투쟁수위를 조절하면서 11일 파업결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금융노련은 △금융기관 강제합병 철회 △졸속 금융지주회사법 유보 △경제각료 퇴진 △관치금융 철폐 및 특별법 제정 등 6대 요구안을 제시하고 이 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끝까지 강경투쟁을 벌이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은행권 총파업의 최대 고비는 이달 5일쯤 임시국회에 상정되는 ‘금융지주회사법’. 금융노련은 금융구조조정의 핵심 틀이 될 이 법안의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내부 결속력을 결집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금융노련의 요구를 수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노사간 정면충돌과 대정부 충돌이 임박했다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노조의 압력에 밀려 금융지주회사법 제정을 보류할 경우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더 증폭되고,개혁실행 능력에 대한 국내외 불신이 심화돼 대외신인도가 추락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이 핵심 변수=금융지주회사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설득하려는 금융당국의 움직임도 매우 빨라졌다. 금융감독원은 2일 금융지주회사제가 금융겸업화와 전문화,금융기관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긴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고 미국 일본 등 선진국도 지주회사제를 도입,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근 금감위원장은 3일 시중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은행노조의 집단행동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한다.

그러나 노측의 입장 역시 강경하다. 노측은 정부가 금융지주회사제도를 서둘러 도입하려는 것은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을 한데 묶어 해외에 판 뒤 공적자금을 조기에 회수하기 위한 의도라고 단정짓고 있다. 금융노련 최규덕 정책실장은 “정부가 주도하는 관치 개혁은 금융부실의 책임을 금융인들에게 모두 전가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은행들이 시장의 논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주회사를 이용한 은행 통합이 불러온 대대적인 조직·인원 감축도 노조가 우려하는 핵심 사안이다. 금융노련은 지난 98년 은행권 1차 합병때 13만명의 직원중 무려 5만명이 자리를 떠났다며 이번 2차 구조조정에서 동료들이 다시 희생양이 되는 것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지주회사제도는 단계적 합병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인위적인 인력감축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노측의 반응은 냉담하다.
인력감축이 없다는 당국의 주장 자체가 임기응변식으로 고비를 넘기려는 ‘변명’에 불과하다는 불신이 강하게 깔려 있는 것이다.

/ kyk@fnnews.com 김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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