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7월자금시장…회사채 발행 숨통, 곳곳 암초

이영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02 04:44

수정 2014.11.07 14:05


7월 자금시장은 순항할 수 있을까.

가까스로 6월 금융위기를 넘긴 자금시장에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극심하게 경색됐던 자금시장은 △은행권 회사채매입(6.26) △채권펀드 가동(7.1) 등 정부가 지난달 하순부터 줄줄이 내놓은 ‘극약처방’에 따라 일단 위험한 고비를 넘긴 상태. 7월부터는 반기결산을 마친 은행권이 다시 대출을 재개할 것이라는 기대도 심리적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권 총파업을 비롯해 채권시가평가제 전면실시,추가 채권펀드 조성 불투명 등 곳곳에 암초들이 많아 위축된 시장기능이 제대로 복원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기대되는 7월 자금시장=지난달 26일 은행권이 일제히 회사채 매입에 나선 뒤 회사채 유통수익률은 9.69%(26일)에서 9.37%(1일)로 엿새만에 무려 0.32%P 급락했다.회사채 수요가 살아나면서 채권값이 뛴 것이다.

이달에는 채권펀드 본격가동에 따라 일시적으로 회사채 품귀현상마저 예상된다.10조원 규모로 조성된 채권펀드중 70%인 7조원이 회사채 매입에 사용된다. 이는 7월 회사채 만기도래분 5조5452억원(잠정치)을 한꺼번에 소화할 수 있는 금액이다.이에 따라 중견기업의 회사채 거래도 크게 활성화될 전망이다.

최윤규 산업은행 자금과장은 “은행권의 회사채 매입과 채권펀드 조성이후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며 “이번 조치로 중견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내다봤다.

CP(기업어음),콜 등 단기자금시장도 낙관적 전망이 우세하다.이명종 한국은행 자금조사과장은 “7월에는 일단 정부의 시장안정 의지가 확인된 만큼 심리적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며 “특히 은행권에 단기신탁 허용이후 3000억원가량이 CP 매입에 사용돼 자금시장이 안정세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기업들의 직접 자금조달 창구인 증권시장도 수급불균형이 다소 개선될 전망. 증권업협회 관계자는 “이달중 유,무상 증자계획을 발표한 업체(배정기준일기준)가 이미 20여개사에 달한다”며 “자금시장이 안정될 경우 증자계획 업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곳곳에 도사리는 암초들=오는 11일로 예정된 은행권 총파업이 가장 큰 변수다.파업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자금시장은 다시 위기를 맞게 된다.
채권펀드가 마비상태에 빠진 자금시장을 복원하는데는 역부족이라는 시각도 만만찮다.실탄을 쥐고 있는 은행들이 선선히 정부 의지대로 따라주겠느냐는 것.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부분보증(10∼30%)을 통해 손실을 보전해준다고 해도 은행들의 회사채 매입은 극히 제한적 범위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시가평가제도의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이달부터는 투신과 은행 신탁계정에 편입된 채권을 매일매일 시가로 평가하다보니 업체가 부도를 내면 곧바로 펀드 수익률이 곤두박질치게 된다.결국 투신,은행권은 부도우려가 있는 채권 매입에 미온적일 수밖에 없다.하반기 만기도래 채권중 투자부적격채권은 11조원인데 반해 채권펀드내 매입한도는 3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펀드 추가조성이 필요한 것이다.

이밖에 △미국 인플레 가능성 △국제유가 및 원자재가 상승 △무역수지 악화 등도 향후 자금시장 안정의 주요변수다.

/ykyi@fnnew.com 이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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