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하는 데 돈이 안드는 곳. 아이디어 하나면 자금부터 인력까지 모든 창업 인프라스트럭처가 갖춰져 있는 곳. 실리콘밸리가 바로 그곳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아이디어를 완벽한 사업계획서로 전환시켜 주는 컨설팅업체가 있다．또 사업계획서를 보고 자금을 투자하고 인력을 소개시켜 주는 에인절들이 활동중이다. 변호사들도 각종 법률지원을 하면서 자신들의 네트워크로 투자자까지 연결시키고 있다. 이들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를 추천하기도 한다. 이들 참여 자체가 벤처기업에게는 성공의 보증수표가 되는 경우도 많다.
◇사업계획서(Business Plan) 하나면 된다=뉴 엔터프라이즈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아르노 펜지아씨는 “실리콘밸리에서의 창업은 사업계획서에서 성공과 실패가 판가름 난다”고까지 말한다.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아서 록이 인텔의 창업자인 로버트 노이스와 고든 무어가 식사 도중 냅킨에 남긴 메모만 보고 250만달러를 투자한 것은 이곳의 유명한 전설.
이곳 사업계획서는 정형화된 양식이 없다. 다만 △요약 △시장 상황 △기술 △경영진 이력 △재무전망 등의 내용은 필수다. 분량은 노트 한권이 될 수도 있고 단지 몇장으로 끝날 수도 있다. 다만 사업계획서 끝에 창업자들에 대해 코멘트 해줄 사람들,즉 예전 직장 동료나 친구 등의 연락처를 첨부해야 하는 것이 특징이다. 투자자들이 창업자의 도덕성을 검증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곳 전문투자자들은 대학생이 만든 것과 인텔 등 대기업에서 근무했던 사람이 만든 사업계획서는 질적으로 틀리다는 점을 지적한다. 벤처기업 분석가인 스티븐 투엔씨는 “사업계획서는 각 부문별로 전문가들의 컨설팅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한다．
◇에인절(Angel)은 전문가=이곳에서 ‘천사’란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자에게 자금을 투자하고 성공할 때까지 후원하는 개인투자자를 말한다. 이들 에인절들은 보통 100만달러까지도 투자하는 큰 손들이다．
에인절들은 주로 벤처기업을 창업한 경험이 있거나 대기업 전문경영인 출신으로 보통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다．네스케이프 사장이던 제임스 박스데일,애플사 사장출신의 존 스컬리,크라이슬러를 부흥시켰던 아이아코카 회장 등이 대표적 에인절이다．
이들은 주로 개인적으로 활동하지만 서로 모임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밴드 오브 에인절스’나 ‘사라토가 보이스클럽’ 은 회원이 100여명에 이른다．
◇시드머니(Seed Money)로 회사를 만든다=창업자들은 이들 에인절로부터 ‘시드머니(종자돈)’를 받아 사무실을 마련하고 직원을 채용하는 등 회사 골격을 갖춘다. 에인절들은 돈을 투자해도 경영간섭은 전혀 하지 않는다. 대신 자문위원단(Board of Advisors)을 구성해 자금뿐 아니라 기술지도와 인력을 스카우트해 주는 등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도움을 준다．
◇변호사(Attorney)는 절대로 필요하다=이곳에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다．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웬만한 첨단기술이 시장에 나오는 동시에 법정에서는 과정이 통과 의례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지적재산권(IP)와 함께 인력 스카우트 역시 단골 소송대상이다. 따라서 창업과 함께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이 이곳의 필수코스다．
심지어 “Getting good attorney is harder than getting money.”(돈을 구하는 것보다 좋은 변호사를 구하는 것이 더 힘들다)는 말이 이곳의 격언이 된 지 오래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큰 로펌인 윌슨 소시니의 마리오 로시티 대표 변호사는 “법률 지원은 창업단계부터 필요하다”고 단정한다. 벤처컨설팅업체인 얼리익사이트의 박승진 사장은 “이곳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은 사업자등록부터 언어와 비용 문제로 저렴한 변호사에게 맡기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것은 잘못됐다”고 말한다．
보통 유명 변호사들은 시간당 500불이상을 받지만 이들이 어떤 회사에 간여했는지에 따라 투자자들이 몰리고 이들 또한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주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 rich@fnnews.com 전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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