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이종달기자의 골프가 산책] 단 1타가 경기흐름 바꾼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03 04:44

수정 2014.11.07 14:05


주말골퍼인 K씨. 핸디캡 15로 안정적으로 80대 후반은 치는 사람이다. 어쩌다 볼이 잘 맞은 땐 80대 중반도 기록, 누구하고 치더라도 두려울 게 없다. 내기골프를 해도 좀처럼 돈을 잃지 않는다.

비즈니스 관계로 접대골프를 하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필드를 찾은 K씨는 첫 홀엔 보기를 기록하더니 ‘줄 파’로 5번홀까지 마쳤다. 여기까지 파온은 별로 없었지만 3온 1퍼트로 동반자들을 주눅들게 만들었다.드라이버샷도 쭉쭉 뻗는 게 나무랄데가 없었다.

편한 친구들과의 라운드여서 그런지 이날 따라 샷감이 좋았다. 자심감이 붙은 K씨는 6번홀(파 5)에서 역시 멋진 드라이버를 날렸다.동반자들도 속은 쓰리지만 모두 ‘굿샷’을 외쳤다.세컨드샷을 위해 볼이 있는 곳으로 걸어간 K씨는 잠시 망설였다. 볼이 약간 내리막에 걸터 있었다. 페어웨이 우드(우드 3번)로 잘만 때리면 2온도 가능한 상황. 2온이라면 버디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4∼5번 아이언을 잡아도 3온은 충분한데 K씨는 페어웨이 우드를 빼들었다. 결과는 2온이 아닌 오른쪽 러프행. 간신히 볼을 찾아 러프를 2타만에 빠져 나온 K씨는 5온을 시키고 말았다. 부아가 치민 K씨는 3퍼트까지 범해 욕심만 부리지 않았다면 무난히 파를 잡을 수 있는 홀에서 트리플보기롤 범했다.

이 홀 이후의 상황은 설명하지 않아도 뻔했다.이 6번홀에서 단 1타의 실수로 K씨는 갑자기 완전 초보 수준으로 돌아갔다. 나중에는 스코어 자체를 아예 기록하지 않을 정도로 무너졌다.

내기골프로 결국 많은 돈까지 잃어 그날 캐디팁과 식음료 비용을 K씨가 낸 셈이 되고 말았다.

K씨의 예에서 보듯 주말골퍼들은 마음을 비우는 게 중요하다. 괜히 버디 욕심을 냈다간 그날 골프를 망치기 십상이다. 단 1타가 라운드를 망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안정적인 80대 중반을 치지 못하는 골퍼에게 있어서 페어웨이 우드는 득보다 실이 많다.클럽중에서 가장 치기 힘든 게 페어웨이 우드다. ‘한 방’만 잘 맞으면 하는 요행을 바라지 말고 자신이 없으면 아예 골프백에서 빼버리는 게 상책이다.라운드 도중 눈에 보이면 빼들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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