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그닐집] 비싼 골프채 쓰면 실력 는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04 04:44

수정 2014.11.07 14:03


골프를 시작한 이상 뭐든지 한번쯤 다 해보고 싶은 게 골퍼들의 욕심이다. 홀인원에서부터 이글, ‘싱글골퍼’, 에이지슈터(한 라운드에서 자신의 나이 만큼 스코어를 기록하는 것), 클럽챔피언 등이 바로 그것.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골프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즐기는 운동에 속한다. 그러다보니 뭐든지 돈이면 다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골프도 예외일 수 없다. 연습은 등한시 하면서 스코어가 좋아지길 바란다. 연습과 필드 경험 부족으로 그렇게 밖에 나올 수 없는 스코어인데 라운드를 마친 뒤 너무 성적이 나쁘다고 투덜댄다.

이런 사람들이 바로 연습장을 찾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연습장이 아니라 골프숍으로 달려간다. 애궂은 드라이버나 아이언을 탓하며 “ 뭐 잘 맞는 클럽 있으면 추천해 달라”고 말한다. 될 수 있으면 비싼 클럽을 원한다. 유명 브랜드가 아니면 아무리 잘 맞는다고 해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게 우리나라 대부분의 골퍼들이다.

일단 비싼 클럽을 보면 이것 저것 따지지 않고 구입부터 하고 본다. 실력이나 신체조건에 전혀 맞지 않는 클럽인데도 불구하고 꼭 이것이라야 된다고 고집한다. 몸을 클럽에 맞추겠다는 것이다.‘맞춤 클럽’을 사용해도 성적을 향상시키기 힘든 판인데 ‘맞춤 골퍼’를 자청하고 나선다.그러니 한국이 얼마나 클럽을 팔아먹기 쉬운 시장인가.

한때 ‘금딱지’가 붙지 않은 클럽은 팔아 먹기 힘들었을 때도 있었다.아직도 별(스타)이 몇 개인가를 따지는 것은 여전하다.결론은 연습부족인데 클럽 탓으로 돌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골프클럽 시장은 세계 4위나 된다. 외국 골프용품업체들은 한국시장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긴다.신제품을 만들어 한국시장에만 가면 팔린다는 생각이다.그것도 비싸야 잘 팔리니 그 만큼 부가가치가 높은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외국 유명 골프용품업체들은 이제 경쟁력을 완전히 잃은 국산 골프용품업체들을 뒤로 밀어내고 국내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골프인구도 벌써 5백만명을 넘어섰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골프인구의 급속한 증가가 ‘맞춤 골퍼’만 양산시키는 그릇된 소비행태로 외국 골프용품업체만 배부르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다.

/ jdgolf@fnnews.com 이종달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