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합과 감축' 없는구조조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04 04:44

수정 2014.11.07 14:03


금융노련의 총파업 배수진에 대해 재경부장관과 금융감독위원장은 각각 “금융지주회사법이 통과되더라도 당장 합병과 인원감축이 실시되는 것은 아니며 적어도 금년내로는 가시적인 금융기관 합병은 추진되지 않을 것”이며 “은행 강제합병에 따른 인위적인 인력 조직 감축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또 금감위장은 “금융지주회사 제도에 대한 근본취지를 이해하지 못한데서 총파업과 같은 극한 투쟁이 유발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재경부장관과 금감위장의 이러한 발언을 들으면서 우리는 과연 금융정책 최고 책임자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사상초유의 ‘은행 총파업’ 사태에 직면한 정부는 4일 오전 총리 주재로 대책회의까지 열고 있는 것만 보아도 만에 하나 실제 파업이 이루어졌을 때 그 충격파가 얼마나 치명적인가를 잘 말해 주고 있다. 그런데도 주무부서 책임자는 여전히 상황에 따른 임기응변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줌으로서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이 통과되더라도 적어도 금년내로는 금융기관 합병은 추진되지 않을 것”이라는 재경부장관의 말이나 “지주회사를 세우더라도 강제적인 합병을 통해 인원과 점포를 줄이지 않겠다”는 말은 배수진을 치고 있는 노조를 설득하기에는 너무 많은 논리상의 허점이 있다.
첫째, 이 시점에서 법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연내 가시적인 추진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에서 “적어도 연내 가시적인 합병은 추진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은 아무런 설득력도 갖지 못하며 또 ‘인위적인 인력· 조직 감축은 없다’면서 굳이 구조조정을 강행할 이유가 무엇인지, 또 그러한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의문만 증폭시킬 뿐이다.


인력과 조직을 감축 재편하는 구조조정은 극히 어려운 과제이며 이를 추진하는 정책당국의 고충 또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어려운 일일수록 원칙에 충실한 의연한 태도가 전제될 때에만 비로소 가능하다는 점을 간과함으로서 사태를 여기까지 몰고 왔으면서도 여전히 말 바꾸기와 임기응변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정책 최고책임자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며 그래가지고는 배수진을 친 노동계와 효율적인 대화를 기대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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