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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하이테크 주가조작…'치고 빠지기'로 시세차익 330억

박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04 04:44

수정 2014.11.07 14:03


㈜세종하이테크의 주가조작 사건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불공정행위가 얼마나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특히 투신 증권 은행 등 각 기관들의 유명 펀드매니저와 대주주까지 작전에 참여해 주가를 조작한 것은 충격적이다.

◇어떻게 작전했나=이번 사건은 한양증권 명동지점 부지점장 이강우씨가 속칭 ‘주포’ 역할을 하고 각 기관 펀드매니저들과 기업대주주가 합세한 고전적인 작전수법이 동원됐다.
‘주포’란 작전세력을 규합해 주가작전을 총 지휘하는 사람을 일컫는 일종의 은어다.

이들은 이른바 주식 대량 매집으로 주가를 급등시킨 후 이를 되팔아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기는 ‘치고 빠지기’ 수법을 사용했다.

세종하이테크의 총 주식 75만주 중 15만주가 작전에 할당됐다.

세종하이테크(대표 최종식·57)는 반도체 및 초박막액정화면(LCD)부품을 생산하는 벤처업체로 지난해 12월 11일 코스닥에 등록했다.사장 최씨는 지난해 11월 세종하이테크의 코스닥 등록을 앞두고 주가를 끌어 올리기 위해 한양증권 명동지점 부지점장이었던 이강우씨(40)에게 “코스닥에 상장되면 액면가 5000원짜리 주가를 30만원 선까지 끌어 올려 달라”고 청탁했다.

최씨는 작전 대가로 지난 1∼2월에 3차례에 걸쳐 자사주식 매입 사례비 명목으로 15억원을 이씨에게 건넸다.이씨는 15억원 중 일단 자신의 몫으로 3억원을 챙겼다.

이때부터 이씨는 작전의 중심에 섰다.평소 친분이 있던 한국투자신탁 주식운용부 임홍렬 차장 등 6명의 펀드매니저와 접촉, 주가 조종을 부탁하면서 나머지 12억원을 풀었다.

한국투신의 임차장은 세종하이테크의 주식 4만주를 사준 대가로 3억원을 받았다.대한투신 주식운용부의 백한욱 차장도 같은 대가로 3억원을 받아 챙겼다.심우성 국은투신 주식운용부 과장과 이종성 국민은행 신탁부 과장도 이회사 주식 1만주를 사들인 대가로 각각 1억원씩을 건네 받았다.2만주를 사들인 삼성투자신탁 주식운용부의 이익순 차장에게도 1억원의 리베이트가 주어졌다.

이익순 차장을 제외한 펀드매니저들의 경우 1주를 사준 대가로 1만원씩을 사례비조로 받은 셈이다.


펀드매니저들로 ‘똘똘 뭉친’ 작전세력은 리베이트를 받아 챙긴 후 약속대로 작전에 돌입했다.

작전개시 전이었던 지난 1월당시 11만원대였던 이회사 주가는 작전세력의 지속적인 대량 매수세로 3월말에 가서는 33만원으로 급상승했다.세력들은 주가를 끌어올릴 만큼 올려놓고 최고점에서 주식을 내다팔아 치워 세종하이테크는 이 기간동안 330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펀드매니저들에게 준 ‘수고비’ 15억원을 빼면 285억원을 땀 한방울 흘리지 않고 거둬들였다. 물론 피해는 당연히 이회사 주식을 사들인 일반투자자에게 돌아갔다.

작전이 끝난 뒤 주가는 15만원으로 폭락했다.

/ mkpark@fnnews.com 박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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