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회생 투신업계에 '찬물'…투자자 불신 깊어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04 04:44

수정 2014.11.07 14:02


‘이제 좀 살아나나 했더니?`.’

고객이 맡긴 재산을 굴리는게 직업인 투신사와 은행의 간판급 펀드매니저들이 대주주 등과 짜고 주가를 끌어올린 소위 작전에 가담한 것이 만천하에 밝혀졌다. 투신업계와 증권업계는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부실공개,채권시가평가제,비과세신탁상품 허용 등으로 모처럼 수탁액이 증가하는 등 살아나기 시작한 시장의 신뢰를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대형 악재가 터졌다는 반응이다.

증시도 이날 오후로 접어들면서 낙폭을 확대하는 등 ‘작전세력 구속’이라는 메가톤급 악재를 비켜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사태의 진전에 따라 주가에 미칠 악영향이 깊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투,한투 등 자기 회사 펀드매니저가 조사대상에 포함된 것이 확인된 투신사들은 이번 일로 회사의 위상이 크게 추락할 것을 우려,해명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다행히 명단에 자사 펀드매니저가 없는 것을 확인한 회사 관계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도 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을 걱정하고 있다.

◇올 것이 왔다=투신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이 업계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하면서도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언제 터져도 한번은 크게 터질 일이었다는 것이다.

펀드매니저 등 증권계 핵심 주체들의 모럴해저드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각종 펀드에의 대우채 편입이나 거액 채권거래시의 사례 등과 같은 일은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지난 1월 검찰이 코스닥시장에서 작전세력이 존재함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선 적이 있다”며 “당시 시장상황이 워낙 안 좋아 흐지부지 된 일이 있다”고 말했다.그는 또 “코스닥시장에는 종목 수 만큼의 작전세력이 있다는 말이 있다”며 “시장이 그만큼 불투명하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자신뢰회복에 큰 걸림돌=투신업계와 증권업계에서 가장 염려하는 부분은 이번 일로 투신업계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파악된 펀드매니저 중에는 수많은 ‘팬(고객)’을 보유한 스타급 인물도 끼여 있어 해당 투신사가 받는 충격은 훨씬 클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간판급 펀드매니저 백한욱씨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대한투신은 공적자금투입으로 신탁재산을 클린화하고 운용사 분리를 코앞에 둔 시점이라 시작부터 시장의 신뢰에 큰 흠집이 생겼다고 참담해 하고 있다.

역시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한국투신의 경우도 펀드매니저 임홍렬씨가 연루돼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국투신의 한 관계자는 “최근 운용사를 분리하며 믿을 수 있는 투신사로 재출범을 다짐한 상태에서 이같은 일이 터졌다”며 “수탁액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비과세신탁 등은 물론이고 회사전체의 수탁액이 줄어들면 충격은 생각보다 오래 갈 것”이라고 걱정했다.

◇시장 선진화 위한 필연적 고통=전문가들은 국내 간접투자시장이 선진화되기 위해 필연적으로 거쳐야 할 고통이라고 보고 있다.공적자금 투입 부실공개 등으로 신탁재산을 클린화시키는 등 물적청산은 이뤄졌지만 실제로 고객의 돈을 운용하는 ‘사람은 그대로’라는 것이다.

고객의 돈을 마치 ‘자기 주머니 돈’으로 생각하는 펀드매니저들이 존재하는 한 시장의 투명성은 절대 확보할 수 없고 투자자들은 시장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병선 신흥증권 상무는 “투신권에 충격이 오고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어차피 거쳐야 할 일”이라며 “간접투자는 결국 운용하는 사람이 문제인 만큼 이번 기회에 윤리규정을 제대로 확립하고 범법행위를 저지른 사람은 금융시장을 떠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jgkang@fnnews.com 강종구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