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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달기자의 골프가산책] US오픈 페블비치 2번홀의 교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05 04:45

수정 2014.11.07 14:02


새천년 첫 US오픈이 지난 달 19일 페블비치골프링크스에서 타이거 우즈의 우승으로 끝났다.우승성적은 12언더파 272타.올해 100회째를 맞았던 US오픈은 미국골프협회(USGA)가 의도적으로 페블비치골프링크스를 대회장소로 택했다.그만큼 이 골프장은 US오픈과 뗄레야 뗄 수 없는관계를 맺고 있다. 지금까지 이곳에서만 4번(1972, 1982, 1992, 2000)의 US오픈이 열렸던 것을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세계 최고를 자처하면서도 전통과 역사 얘기만 나오면 목소리를 낮춰야 했던 미국골프협회(USGA)가 지난 번 US오픈의 역사를 단절하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새천년을 새로 시작해 보자는 의도였을까. 아니면 앞으로 골프역사는 어차피 미국이 쓸 수밖에 없다는 자만이였을까.

USGA는 지난 US오픈이 열렸던 페블비치골프링크스 2번홀의 기준타수를 파 5에서 파 4로 바꿨다. 당연히 지난 3차례 이 골프장에서 파 72로 치러졌던 US오픈이 파 71로 치러질 수 밖에 없었다.
18홀 기준타수를 바꾼 것을 갖고 뭘 그리 야단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이 골프장에서 열렸던 역대 US오픈의 성적은 한낮 ‘전시용’이 되어 버렸다. 전혀 참고할 가치가 없어진 것이다. 앞으로 이 골프장에서 열릴 US오픈에서는 올해 성적만이 의미를 지니게 됐다. 참가선수들 조차 성적을 비교하고 참고할 수 있는 길이 막혔다.

이를 두고 타이거 우즈는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올해로 44년 연속 이 대회에 참가했던 잭 니클로스도 “페블비치에서 열린 US오픈은 죽었다 ”며 역시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USGA측은 이 2번홀이 484야드에 불과할 만큼 파 5홀로는 짧은데다 그린주위에 있던 나무마저 잘라 장애물이 없어져 2온이 가능, 부득이 파 4로 조정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US오픈의 코스세팅은 모든 골프대회가 표본으로 삼는다. USGA는 US오픈 만큼은 운으로 우승했다는 말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코스세팅에 신경을 쓴다. USGA가 코스세팅때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사항은 볼을 잘못 쳤으면 그에 따른 불이익을 받아야 된다는 것.

이번 페블비치 2번홀을 놓고 선수들이 US오픈의 역사를 단절한 처사라며 반발했지만 코스세팅 자체를 반대한 것은 아니었다.

바로 여기서 ‘우물안 개구리’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프로골프계와 차이를 엿볼 수 있다. 국내 골프대회 주최 또는 주관사의 코스세팅때 최우선적 고려 사항은 참가선수들의 성적. 성적이 좋게 나올 수 있도록 코스세팅을 쉽게 한다.

참가선수들의 낮은 기량을 쉬운 코스세팅으로 보완하려는 눈가림이다. 이렇게 코스세팅을 하지 않으면 ‘오버파’ 우승이 나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주최측의 설명이다. 국내 프로골퍼 누구도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그렇게 해주길 은근히 바라는 눈치다.골프대회 코스세팅을 될 수 있으면 쉽게 하려고 하는 한 경쟁력 없는 선수(우승자)만 양산할 뿐이다.

따라서 한국프로골프협회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는 올 시즌 남은 대회만이라도 페블비치 2번홀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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