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책연구기관의 존재의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05 04:45

수정 2014.11.07 14:02


정부 각 부처는 그 산하에 많은 연구기관을 거느리고 있다. 그 국책연구기관들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 그들은 또 무엇을 위하여 많은 예산을 지원받고 있는가. 이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은 자명하다. 정부정책에 대한 장기비전과 시책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냉철한 현실진단을 통해 정부시책에 대해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고 문제가 있거나 방향이 잘못되어 가는 경우 이의 시정을 건의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책연구기관들이 정부시책 방향에 대해 박수만 치고 문제점 하나 지적하지 못한다면 그런 연구기관은 존재의의를 상실하고 만다

그동안 경제정책에 대해 싱크탱크 역할을 해온 한국개발원(KDI)연구원들이 자신의 연구결과를 재경부의 ‘사전검열’ 없이 발표하기로 하였다가 재경부의 압력에 의해 철회하기로 했다는 보도는 충격적이다. 그들은 지금까지 당국에 의해 제동이 걸려온 사례를 열거했다.
정부시책에 비판적인 내용은 발표를 아예 못하게 하고 있으며 경제상황을 이유로 발표시기를 늦추도록 하거나 실업률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경제 전망치에 대해서는 수정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또한 신문 인터뷰나 방송출연을 자제할 것을 요청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KDI연구원들의 반발은 최근 보건복지부산하 연구기관에 대한 정부규제에 연이어 불거져 나온 것이어서 충격을 더해 주고 있다. 복지사회연구원에서는 공무원연금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논문이 실렸다 하여 월간지 발행을 중지시키는가 하면 신문 칼럼이 문제가 되어 필자가 직위해제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앞서 조세연구원이 재정적자의 위기를 경고했다 하여 심한 질책을 받았다는 보도다.

연구기관들이 정부시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의 시정을 건의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미 시행중인 정책이라 하더라도 무엇인가 잘못되어 간다면 이같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보완하고 시정하는 것이 정부의 몫이다. 따라서 연구기관들의 왕성한 정책건의는 권장하고 상을 줄 일이지 질책할 일이 아니다.


국민의 정부는 더욱 정부에 대한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열린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연구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봉쇄하고 여론을 조작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국책연구기관들을 정부시녀로 만들어 획일적인 사고를 강요하는 것은 권위의주의적인 나라나 그런 시대에서나 존재하는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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