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페어웨이]골프는 예절의 스포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06 04:45

수정 2014.11.07 14:01


초등학교시절 소풍가는 전날밤은 잠을 못이루기 일쑤다. 청ㆍ장년기를 지난 후에도 주말골퍼나 한달에 한두번 필드를 찾는 대부분의 아마추어골퍼들은 행사 전날밤 잠자리를 평안하게 누리지 못하게 마련이다.

즐거움과 기대감으로 인해 달아오른 흥분된 심리 때문일 것이다. 그 상태는 운동이 끝나고 집에 돌아갈 때까지 지속된다.(기분을 깨는 특별한 변고만 없었다면)

골프는 그만큼 재미있고 신나는 스포츠이자 레크리에이션임에 틀림없다. 처음 시작때는 ‘그게 무슨 운동이 되겠느냐’ 라는 인식이라든지, 혹은 경제적 부담감 등 때문에 주저하다가, 막상 발을 딛고 나면 머지않아 열병을 앓는 경지로 치닫고 마는 것이 통례다.


술 한잔 유쾌하게 들이켜 얼큰해진 것에 비견해도 좋을 만큼, 사람의 기분을 뜨겁게 발양시키는 골프의 독특한 마력이 동호인의 급속한 증가를 이끌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이라 하겠다.

그런데 한국의 많은 골퍼들은 이 마력을 만끽함에 있어 상당한 분별과 자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흔히 골퍼들은 ‘신나는’ 기분을 초등학생 마냥 제어할 줄 모르고 그대로 발산해 버린다. 클럽하우스 현관에서부터 로비 라커룸을 거쳐 그늘집을 들르고 라커룸으로 되돌아 온 후 샤워실과 클럽하우스 식당에 이르기까지 주변을 의식하지 않은 채 사뭇 떠들썩하다. ‘왁자지껄한 패거리’ 도 가끔 있다. “맘껏 떠들고 스트레스 풀자고 비싼 돈 들여 골프하는 것 아니냐?”하는 항변이 있을 법하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이 그에 대한 정답이다.

발양된 기분을 단세포적으로 즐기려는 방종은 주변의 눈과 귀를 거슬리게 한다는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다른 팀 멤버나 파트너의 신중한 플레이를 당장 훼방하는 것을 비롯, △성급한 샷으로 앞 팀 플레이어를 놀라게 하는 것 △벙커의 모래를 짓밟아 놓고도 고르지 않은 채 방치하는 것 △그린을 스파이크로 긁어 자국을 남기거나 공이 떨어진 지점의 흠집을 고치지 않는 것 △페어웨이 샷 후 잔디가 패인(디봇) 자국을 최대한 원상복구하지 않는 것 △빗나간 공 찾으러 플레이가 진행중인 인접 홀에 무례하게 침입하는 것 △밖에서 날아온 남의 공을 덥썩 줍는 것 △샷 후 이동 때 잡담에 열중한 채 느릿느릿 걷는 것 △멀리건을 남발하는 것 △파트너의 퍼팅때 수초간의 정적을 참지 못해 잡음을 내는 것 △살벌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내기골프를 하는 것 등 우리골프장에서 다반사로 목격되는 갖가지 그릇된 행태가 다 골프에 임하는 기본적 자세에 분별과 자제가 부족한 데서 생기는 것이다.

골프에서 경기규칙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이러한 골퍼의 교양이다. 그것은 공중도덕과 같은 필요조건이다.
골프인과 골프장에 이것이 갖춰 질 때 골프가 사회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다. 아니면 ‘사치향락놀이’라는 오명을 끝내 씻을 수 없을 것이다.
건전한 골프문화의 확산과 정착을 위한 첫걸음은 골프를 즐기는 개개인이 올바른 플레이매너를 터득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박 군 배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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