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특별 초대석-이만섭 국회의장] "생산적 정치 만들어야죠"

조석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06 04:45

수정 2014.11.07 14:00


21세기를 여는 첫 국회인 16대 국회는 과연 정쟁과 고비용 저효율로 얼룩진 우리 정치를 개혁하고 희망을 심어줄 수 있을까.‘소비자 중심’의 정치를 표방하는 fn정치팀은 창간기획으로 ‘일하는 국회,생산적 국회’를 표방하는 이만섭 국회의장을 만나 16대국회의 운영방향과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그리고 개인적인 포부 등을 들어봤다.

―바쁘신데 시간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16대 국회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가 큽니다.그러나 한편으로 우리정치의 생산성을 걱정하는 국민들의 질타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복안을 밝혀주십시오.

▲국민들이 국회를 부정적으로 보는 가장 큰 원인은 국회가 일을 하지 않아서라기 보다는 국회가 국민들에게 싸움의 장소로 비쳐지고 있는데 그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서로 양보를 안하다가 회기말이나 연말에 가서 무더기로 법안을 심의하다 보니 국회는 일은 하면서도 국민들 눈에는 싸움만 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16대 국회의 출발을 보면 몇가지 희망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먼저 원구성이 법정일인 6월5일에 이루어졌습니다.또 여야간 민주적 절차를 통해 의장을 선출했고 이한동 총리임명 동의안도 헌정사상 처음으로 인사청문회까지 실시한 후 여야간 표결로 통과시켜 앞으로의 전망을 매우 밝게 하고 있습니다.

―최근 의료대란에 이어 금융구조 조정과 관련,금융계가 들끓는등 노사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노사문제는 우선 양 당사자가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서로 한발짝씩 물러나 대국적 견지에서 대화와 양보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합니다. 무엇이 국민경제와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는가를 냉철하고 현명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집단이기주의나 극한대결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앞으로 민의의 전당인 우리 국회는 각계각층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나갈 생각입니다.

―16대 국회들어 예결위를 상설화했지만 행정부의 결산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제기능을 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

▲지금까지 우리 국회는 결산과 예산을 모두 정기국회에서 심의해 왔습니다.지적하신 바와 같이 정부가 결산보고서를 회계연도개시 120일전까지로 국회에 제출하도록 예산회계법(제45조)에 규정돼 있고 그 일정에 맞춰 정부의 결산시스템이 짜여 있기 때문입니다.그러나 이제 예결위가 상설화 되었습니다. 따라서 상반기에는 결산심사를 하고 하반기에는 예산을 집중적으로 심사할 수 있도록 정부의 결산시스템을 바꾸고 결산서의 국회제출일을 상반기로 앞당기도록 예산회계법을 개정하는 조치를 시급히 검토하겠습니다.

―국가살림을 다루는 예산심의에서 여야간 정치논리가 연결되는게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예산심의가 경제원리에 의해 결정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국회의 예산심의과정은 단순한 계수조정과정만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예산심의 자체가 국민여론을 수렴하여 정책을 결정하는 하나의 중요한 정치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다만 예산심의가 정치현안과 연계,당리 당략적으로 이용되는 점을 지적하신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예산심의과정상의 문제라기 보다는 우리의 정치발전수준과 관계되는 문제입니다.

―1948년 제헌국회에 도입됐다 1960년 폐지된 전원위원회가 지난 2월 부활됐습니다.정부조직에 관한법률안,조세 또는 국민의 부담을 주는 법률안 등 주요 의안은 전원위원회 검토를 거치겠다는 취지인데 아직 운영규칙이 정해지지 않아 실시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인데.

▲우선 전원위원회는 본회의 안건심의의 한 과정으로서 운영규칙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현행 국회법에 그 운영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이 규정되어 있습니다.따라서 지적하신 바와 같이 심사대상안건의 명확화 문제나 대체토론여부 등 몇 가지 검토해야 할 사항들이 있습니다.하지만 운영에 별다른 문제점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미비한 점은 점차 제도를 운영해 가면서 보완해 갈 것이고,필요하다면 이에 관한 규칙도 정해야 할 것입니다.

―국회법 제57조제2항에는 소관 상임위별로 분담,심사하기 위해 3개의 상설소위를 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상설소위원회는 소관사항에 대한 집중적인 검토와 조사를 통한 입법과정에서 전문성을 높이려는 취지로 도입됐습니다.실시시기,운영방안등에 관해 말씀해 주십시오.

▲상당히 전문적인 질의를 많이 하는데 공부를 많이 하셨군요(웃음).상설소위원회제도는 의회운영의 전문성과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도입된 것으로 지난 15대국회때 이미 관련규칙과 운영준칙을 제정하는 등 어느 정도의 시행준비는 마련되어 있습니다.다만,구체적인 운영과 관련해서는 도입당시와 제16대국회의 정치상황이 많이 달라진 측면이 있고,또한 정보위원회를 제외한 15개 상임위원회에 3개씩 모두 45개의 상설소위원회가 설치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상설소위원회의 명칭이나 업무분담 그리고 소위원장 배분문제 등에 대해서 면밀한 재검토의 필요성이 있습니다.따라서 이 문제는 이른 시일내에 여야간 협상을 통해 제도보완을 하도록 하여 시행토록 할 생각입니다.

―상설소위원회 운영에 있어 상임위원회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상설소위원회의 권한을 어디까지 할 것인지 밝혀주십시오.

▲이 문제는 여야 협상을 통한 제도보완과정에서 검토될 것입니다.국회법에 모든 소위원회 활동은 전체위원회가 의결로서 정하는 범위내에 한하도록 되어 있고,상설소위원회에서 비록 소관을 분담해서 심사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상임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양자의 권한관계가 충돌될 염려는 없습니다.

―남북정상회담 성공으로 후속대책이 논의되고 있습니다.남북 국회 회담 추진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남북 정상간 공동선언이 구체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다방면의 교류가 있어야 합니다.남북 국회회담은 양측의 의사소통에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 오고 정부간 대화에 측면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남북문제에 대한 초당적인 회담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점에서 가능한한 빨리 성사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북측 관계자들도 남북 국회회담 재개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만큼 조속한 시일내에 우리 국회가 남북 국회회담을 공식 제의할 생각입니다.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보좌진의 강화도 중요하지만 국회사무처의 전문인력 양성과 활용이 중요하다고 봅니다.이에 대한 대책은.

▲국회사무처는 직원들의 전문성향상을 위해 전문분야별로 교육을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비록 장기적인 과제지만 이러한 국회의 특수 전문분야별로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과정을 국회내에 신설하여 국회의원을 비롯하여 의원 보좌진이나 국회 사무처직원들이 이러한 과정을 수료하고,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할 생각입니다.

―표결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전자투표제가 도입됐으나 잘 활용되지 않고 있습니다.아울러 국회도 전자민주주의 개념이 본격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전자투표방식은 지난 97년 5월,본회의장에 전자투표장치가 마련되어 이미 몇 차례 활용된 바 있습니다.이번 16대국회부터는 전자투표제를 국회법상 표결방식으로 채택,앞으로 많이 활용될 것입니다.다만,전자투표방식을 비롯한 표결제도는 모든 안건에 대해서 실시하는 것이 아닙니다.이의 유무를 물어 이의가 없는 경우에는 만장일치로 실시여부를 결정하나 이의가 있을 경우에는 표결을 합니다.국회의 모든 과정들이 인터넷이나 사이버 공간을 매체로 하여 국민과 바로 연결되는 것이 전자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예를들면 가장 중요한 입법자료의 하나인 방대한 속기록이 이미 데이터베이스화하여 국민들은 인터넷으로 속기록을 접할 수 있으며,국회의 본회의를 비롯한 각 상임위원회의 회의장면이 제한적이긴 하지만 K-TV 방송을 통해 안방까지 공개되고 있습니다.

―국회의장의 당적이탈문제가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의장님의 거취와 국회운영 방안은.

▲여야가 합의해서 국회법 등 관계법을 고치면 당적을 이탈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킬 생각입니다.그러나 저는 법적인 당적이탈도 중요하지만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키겠다는 의지와 마음자세가 더욱 중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편협되지 않고 소신과 원칙을 지키면서 여야와 국민을 동시에 바라보며 국회를 운영하겠습니다.

―시민단체의 국회 감시운동이 확대되고 있습니다.시민단체의 감시운동에 대한 견해와 상임위,소위원회,회의록 공개여부에 대해서는.

▲시민단체가 적극적 관심을 가지고 국회를 지켜본다는 의미에서는 국회를 대표하는 의장으로서 매우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됩니다.시민단체에서는 얼마든지 국회의 과정을 지켜볼 수 있으며 국회의 기본질서를 저해하지 않는 한 의장은 이를 반대할 생각은 없습니다.다만,의장으로서 시민단체에 대하여 한가지 당부하고자 하는 것은 시민단체가 보다 정확히 파악하고난 후에 정당한 주장을 해주셨으면 합니다.그 동안 의정활동을 해오면서 느낀 것은 이 점이 조금 미흡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정보공개운동이 펼쳐지고 있는데 국회도 투명한 정보접근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이에 대한 견해는.

▲국회종합정보시스템을 통해 일반인도 입법정보,회의록 등을 활용할 수 있고 정책제언,인터넷 민원 등 각종 정보접근이 용이합니다.다만,국회법에서 단서조항을 두어 비공개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근거로 소위원회회의 등이 그 동안 비공개되어 온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16대국회에서는 지난 15대때 보다는 비공개의 요건을 보다 더 강화하여 가급적 공개하도록 하였습니다.

―장시간 시간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시=2000년 7월6일

장소=국회 의사당 국회의장실

대담=조길호 정치팀장

정리=seokjang@fnnews.com 조석장
<이만섭의장 휘호로 본 경제관>

이만섭 국회의장은 스스로를 ‘의회주의자’라고 말한다. 8선 의원,정치인생 40년을 이 의장은 항상 한국정치의 중심에 서 왔다. 그 와중에서도 항상 통일문제에 대한 관심을 외면한 적이 없다고 한다.

지난 64년 국회에서 ‘남북면회소 설치 결의안’을 최초로 제출,남북이산가족 찾기와 남북교류를 공론화시키기도 했다. 그의 측근들은 이 의장은 항상 ‘민족이 함께하는’ 문제에 대해 고심해 왔다고 말한다. 의정 활동기간 중 상당 기간을 외무통일위원회 소속으로 일한 것도 이런 그의 관심이 반영된 것이다.

이 의장이 파이낸셜뉴스 창간호에 맞춰 쓴 휘호 ‘민족공영’도 그의 이 같은 신념과 철학을 담고 있다.
특히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남북국회회담을 추진하는 시점에 그가 “이제 남쪽만의 경제로는 안된다”는 점을 화두로 제시하고 있다.

그가 주장하는 “한민족이 함께 잘 살아가는 준비를 할 때”라는 메시지는 경제계에 불어닥친 남북경협의 길을 여는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가 쓴 휘호는 남과 북의 ‘반쪽 경제’를 이제 하나의 경제권으로 엮어 가려는 노력을 담은,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목표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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