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과 질서의 실종을 막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06 04:45

수정 2014.11.07 14:00


문제 해결과 자기 주장 관철을 위해 경쟁적으로‘목소리 높이기’를 하던 이 사회는 마침내 법과 질서가 실종된‘주먹질’로 가고 마는가. 국민 건강보험공단 노조간부의 이사장 등 간부 폭행,학부모의 수업 중인 여교사 폭행,회장이 구속되었다 하여 재폐업을 공언하는 의사협회의 태도에서 우리는 법과 질서 의식은커녕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식조차 읽을 수 없음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법과 질서가 실종한 상황에서 자기 권익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며 또 확보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더 큰 문제는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려하거나 수습을 위해 솔선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과 특히 사태를 조정하고 수습해야할 정책당국이 말바꾸기에만 급급하면서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노사 갈등도 폭행사태로 발전하기까지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가 과연 제 기능을 다 했는가 묻고 싶다. 보건복지부는 의사협회의 폐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가 결국 대통령과 야당총재가 직접 나서도록 만들었다.비단 보건복지부뿐만 아니라 은행 구조조정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기는커녕 말바꾸기로 일관하다가 금융노련의 파업 선언을 보고서야 허둥대는 재경부나 금감위 역시 마찬가지다. 또 병원폐업에 대한 사법처리에 대해 강경방침과 온건방침 사이를 오락가락하다가 의사협회 지도부를 구속한 검찰 태도 역시 원칙에 충실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환자를 방기한 초법적 투쟁을 벌였다면 당연히 그 초법적 행동에 대한 법적,도의적 책임을 져야한다. 그런데도 폐업사태 수습에만 급급한 나머지 한 때‘폐업을 철회하면 구제한다’는 검찰의 태도가 지금 의사협회로 하여금 ‘재폐업’의 으름장을 놓게 한 빌미가 되고 있지 않는가.

이처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거나 소홀한 정책당국은 당연히 불신을 사게 마련이며,불신은 정책당국의 입지를 더욱 좁히는 악순환을 낳는다. 그 결과가 바로 걸핏하면 ‘대통령 아니면 대화 못 하겠다’는 어이없는 풍조를 낳고 있다.
주무부서가 제 기능을 다 했다면 이런 요구가 나올 까닭이 없다. 은행 파업 방지도 시급하고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법과 질서의 실종을 막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정책당국부터 안일과 무원칙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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