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은행총파업] 밀큰연구소 보고서 요약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06 04:45

수정 2014.11.07 14:00


1년 전 한국은 어려움에 빠졌다. 제대로 감독이 이루어지지 않은 은행체제는 붕괴되었다. 재정적으로 부실한 기업들은 대마불사(大馬不死)신화를 믿고 비생산적인 팽창을 계속했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인해 한국 산업의 경쟁력은 약화되었다. 그 결과 금융위기가 닥쳤다. 그러자 역설적으로 희망이 생겼다.
그것은 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이면 앞에서 말한 한국경제의 3대 취약점이 해소되리라는 기대였다.

그 위기는 한국에 있어 조화로운 종합적 해결책을 모색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왜냐하면 당시의 전반적인 경제상황은 누구에게나 초미의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회복이 급속히 이루어졌더라면 각각의 이익집단이 저마다 제 밥그릇을 챙기느라 분주한 가운데 사회·정치적 편가르기가 진행되면서 좋은 기회가 무산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올해 치러진 총선은 이러한 편 가르기를 확인시켜 주었다. 한국경제를 극적으로 구조조정하는 데 필요한 개혁 의제에 대해 어떤 공감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국정부는 개혁을 광범하게 밀어붙이는 데 긴요한 지지를 확보하고 있지 않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취약점들이 불거지기 시작하고 있다. 위기 이전 한국정부는 은행예금에 대해 묵시적으로 원금상환을 보장했다. 이러한 보장이 있으니 은행들로서는 대출심사 기능을 강화하고 건전성 유지에 필요한 기법을 개발해야겠다는 절박성을 느낄 이유가 없었다. 여기에다 은행에 대한 정부지분이 높아진 것이 시장의 규율을 더욱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어차피 정부의 보장이 있는 터에 기업과 은행 둘 다 위기관리에 별 신경을 쓰지 않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비록 정치개혁은 흐지부지돼 버렸지만 시장세력이 한국을 변화시킬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과거 투자자본의 공급을 사실상 독점해 오다시피 했던 은행들이 이제는 더이상 그런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돈이 필요한 기업들은 은행이 아닌 다른 대체수단(채권·주식시장,인터넷금융)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새로운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다 보면 경영관행도 바뀌게 마련이어서,기업들은 주주의 가치에 새롭게 눈뜨는 것은 물론 한국 법률에서 요구하는 것 이상으로 강화된 기업공시 기준을 기꺼이 채택할 것이다. 은행붕괴에는 또다른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조건 좋은 은행대출을 알선해 주고 기업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챙기는 뿌리깊은 정경유착 관행이 약화되리라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은행 시스템의 붕괴는 정치가들이 여태 할 수 없었던 일을 본의 아니게 대신 수행해 줄지도 모른다. 시장에 근거한 자금조달은 기업자본의 새로운 원천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변화하는 지구촌의 시장상황에 더 잘 적응하는 기업의 손에 힘이 실리면서 한국사회의 개방이 가속화될 것이다.

【샌타모니카=최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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