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19홀] '알까기용' 바지 주머니의 구멍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09 04:46

수정 2014.11.07 13:59


뜻대로 되지 않는 게 골프다.

골프가 안될 땐 죽어라 안된다.라운드 도중 갑자기 이런 상황에 처하면 누구나 ‘뚜껑’이 열리게 마련.

‘알까기’(볼이 깊은 러프로 들어가 로스트볼이 됐을 경우 2벌타를 먹어야 하나 벌타를 먹지 않기 위해 주머니에서 볼을 꺼내 놓고 치는 것)도 이런때 상각해 볼 수 있는 궁여지책이다.평소 ‘알까기’의 명수로 알려진 H그룹 임원이 마누라 때문에 당한 실화다.

이 임원의 바지는 남들과 다른 데가 있다.알까기를 쉽게 하기 위해 바지 주머니 실밥을 볼이 빠질 만큼 튿어 놓았기 때문이다.

고향 친구들과 월례회를 갖는 이날도 일부러 주머니 실밥이 튿어진 바지를 챙겨 입고 골프장으로 향했다.

티오프를 하기전 미리 ‘알까기용’ 볼을 구멍이 나지 않은 바지주머니에 넣었다.여차하면 알까기를 할 수 있다는 편한 마음 때문인지 이날 따라 샷이 좋아 ‘내기골프’에서 많은 돈을 챙겼다.

그런데 후반 들어 3개홀을 남겨 놓고 돈을 잃은 친구들이 ‘더블(배)판’이라며 드라이버로 티마크를 두번 두드렸다. ‘판 돈’이 커진 만큼 잘못하면 거둬들인 돈은 물론 자신의 쌈짓돈인 ‘생살’도 도려내야 할 판이다.

이런 긴장을 한 때문인지 이 임원은 14번홀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깊은 러프로 넣고 말았다. 볼을 찾으러 가면서 슬쩍 구멍난 바지 주머니로 볼을 옮겼다.볼이 들어간 곳을 보니 도저히 찾을 것 같지 않았다.이 임원은 볼을 찾는 척하면서 손으로 바지 주머니속에 들어 있는 볼을 구멍으로 밀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구멍이 나 있어야 될 바지 주머니가 다시 꿰매어 있었다.할 수 없이 로스트볼로 2벌타를 먹고 더블파를 기록,챙긴 돈을 다 잃고 말았다.

다음 두 홀에서도 샷이 난조를 보여 우려했던 ‘생살’까지 나가고 말았다.

기분이 상해 집에 들어간 이 임원은 다짜고짜 마누라에게 바지 구멍이 어떻게 된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마누라는 태연하게 바지마다 한쪽 주머니가 터져 있어 세탁소에 맡겨 모두 꿰맸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안될땐 마누라도 협조하지 않는 게 골프다.

/ jdgolf@fnnews.com 이종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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