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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공부용 '서브노트 산업' 인기-교육계, 효용성 놓고 찬반론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09 04:46

수정 2014.11.07 13:58


시험은 코 앞인데 공부는 부족하다. 경쟁자인 친구가 노트를 선뜻 빌려줄 리도 만무하다. 이런 학생들을 위한 벼락치기용 ‘축약정보’ 산업이 미국에서 뜨고 있다.

바차트사(www.BarCharts.com)는 230개 분야를 압축, 또 압축해 2∼6쪽의 얇은 노트로 만들어 판다. 가격은 3∼6달러(약 3300∼6600원).

노트는 총 천연색 차트에 개요 설명이 곁들여진다. 글씨는 신문활자보다 좀 작다.
사족(蛇足)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요즘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해부학은 1400개의 요약설명과 43장의 그림에 압축돼 있다.

미국을 뒤흔들었던 남북전쟁은 560개 단어로 처리돼 있다. 경쟁사인 페이퍼테크는 한 술 더 떠 127개 단어로 압축했다.

메릴랜드주 앤드루 공군기지에서 컴퓨터망 보안 책임자로 일하는 앤디 스미스(33)는 바차트 신봉자다. 그는 대학에서 과목을 선택할 때 바차트가 있느냐 없느냐를 기준으로 삼는다. 그는 지금 바차트 30여개를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다. 난독증(難讀症)으로 고생하는 그에게 수 백쪽짜리 교과서는 기피대상 1호다.

바차트 설립은 우연한 기회에 비롯됐다. 지난 91년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던 주부학생 바비 포드는 식탁에서 흐름도를 그려가며 헌법을 요약하고 있었다. 그때 남편 머리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차트로 요약해 팔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바차트는 지난 4년 새 10배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수익은 660만 달러.

정보축약 상술(商術)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다.

클리프스노츠는 주로 셰익스피어 등 문학 작품을 요약해서 팔고 있다.

빌라노바 대학은 지난 97년부터 구내 서점에서 클리프스노츠의 판매를 금지했다. 학생들이 클리프스노츠만 읽고 원전은 거들떠 보지도 않기 때문이다.

퍼듀대 사회학과의 매튜 데플림 박사는 “학생들 스스로 요약해 봐야 많은 걸 배우게 된다”며 못마땅한 표정이 역력하다.

일부 너그러운 교수도 있다. 캘리포니아 주립 폴리텍의 경제학 교수 린다 러시는 지난 겨울 학기부터 바차트의 미시경제학 노트를 추천했다. 어차피 오늘날 “사람들은 정보를 빨리 얻는 데 익숙해 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플로리다 아틀랜틱대의 화학과 마크 잭슨 교수는 축약노트 옹호론자다. 그는 “아무한테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두꺼운 책을 쓰느니 한해 10만명 이상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바차트가 낫다”고 주장한다. 그가 쓴 축약노트는 바차트 베스트 셀러 목록에 올라 있다.

그러나 바차트에 100% 의존해선 좋은 성적을 얻기 힘들다. 플로리다주 브로워드대의 섀비타 리틀스(21)는 “세포학 시험을 앞두고 축약노트를 활용하려 해도 원자학·분자학에 대한 기초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바차트는 최근 일본어와 대학입학 학력시험(ACT) 축약노트를 출간키로 했다. 압축할 수 있는 것은 뭐든 다 압축하겠다는 게 바차트의 입장이다.
교수들이 설 자리가 갈수록 줄게 생겼다.

/ jslee@fnnews.com 이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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