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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달기자의 골프가 산책] 한국골퍼들은 모두 보기플레이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10 04:46

수정 2014.11.07 13:57


골프는 스코어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에티켓을 최우선시 하는 운동이 골프다.그래서 골프경기는 심판이 없다.본인이 알아서 스스로 스코어를 기록하도록 되어 있다.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스코어를 속일 수 있다.이 때문에 한 두번 골프를 같이 하면 그 사람의 성격에서부터 됨됨이를 금방 알 수 있는 게 골프이기도 하다.동반자들 모두 서로 옷을 벗고 마치 ‘알몸’을 보여 주는 셈이다.

모 대기업의 한 임원은 사장과 함께 라운드를 하다 스코어를 속이는 바람에 바로 그 다음날 회사를 그만둬야 했던 일도 있었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회장도 그룹 임원들에게 만큼은 골프를 적극 권장했다고 한다.건강도 건강이지만 골프를 통해 장차 기업을 이끌고 나가는데 필요한 수양을 닦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그룹 임직원들에게 골프 비용까지 주며 골프를 배우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특히 기업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면서 ‘국제적인 신사’를 발굴,육성하는 데 골프가 적격으로 판단한 때문이다.

일부 기업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골프 수준은 아직 멀었다.

우리나라 골퍼는 지나치게 스코어에 집착하는 것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그 실례로 소위 말하는 ‘인터내셔널 룰’ 이라 해서 첫 홀에선 보기 이상을 기록했을 때 무조건 보기로 기록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그러니 실제보다 스코어가 좋을 수밖에 없다.

캐디들도 골퍼들의 이런 점을 의식,될 수 있으면 실제보다 스코어를 줄여 적는다.그래야 골퍼들이 좋아한다고 한다.우리나라 골퍼들은 아무짝에 쓸 데 없는 ‘가짜 스코어카드’를 더 좋아 하는 셈이다.

이 결과 내기골프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골퍼들은 라운드 직전 핸디캡을 놓고 “더 달라,못 준다” 하고 옥신각신한다.

친선골프대회를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참가자 모두 ‘고무줄 핸디캡’ 때문에 대회가 끝난 뒤 시상식 순서가 되면 웅성거린다.다 못믿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상을 받은 사람도 찜찜하고 못 받은 사람은 못받은 대로 손해 본 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골프얘기가 나와 핸디캡을 물어보면 대부분 ‘보기 플레이어’라고 말한다.대충 90타는 친다는 얘기다.‘8자(字)’를 그리는 골퍼도 그냥 편한대로 보기 플레이어라고 답한다.아직 90타를 단 한번도 깨보지 못한 골퍼도 90 정도 친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세계 제일의 ‘보기 플레이어’ 국가라는 말을 듣는다.

참고로 지난해 안양베네스트GC 회원 가운데 30회 이상 입장한 정회원의 평균 스코어는 93.2타였다.대우회원은 94.2타였고 전체 평균은 93.7타로 나타났다.

이를 보더라도 보기 플레이어가 많은 것은 우리나라 골퍼들이 스코어를 속이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골치 아픈 일이 많은데 스코어를 속여서라도 위안을 삼겠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그러나 외국인의 눈에 우리나라 골퍼는 ‘룰이란 룰’은 밥먹듯 어기는 것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염려된다.그래서 보기 플레이어 양산국이라는 불명예는 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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