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밀큰연구소 …동아시아개발銀 서울유치, 남북경협 자금 파이프라인 기대

최승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10 04:46

수정 2014.11.07 13:57


동아시아의 무한한 잠재력 개발을 위해 이른바 ‘동아시아개발은행’을 서울에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최고의 경제전문 싱크탱크인 밀큰연구소(Milken Institute)의 힐튼 루트 세계경제분석 실장은 10일 파이낸셜뉴스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기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별도로 동아시아개발은행(EADB)을 서울에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개발은행 수석고문을 역임한 루트 박사는 “북한·중국·동러시아 등 동아시아지역은 지구상에서 가장 개발이 덜 된 곳이지만 동시에 잠재적 경제개발 가치도 엄청난 곳”이라며 “이 지역을 잘 개발하면 지구상에서 가장 큰 규모의 부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학계의 대표적인 아시아 전문가인 루트 박사의 이같은 주장은 남북정상회담으로 평화무드가 빠른 속도로 조성되면서 한국 정부가 남북경협 확대를 위한 자금조달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파이낸셜뉴스와 밀큰연구소가 12일 공동 개최하는 ‘서울 국제금융포럼’에 참석하는루트 박사는 특히 한국 정부에 이같은 제안을 전달할 방침이어서 한국 정부가 어떤 반응을 나타낼지 주목된다.

최근 한국의 경제개혁에 관한 심층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던 그는 “한국이 동아시아 개발의 중심지로 주목받는 이유는 전략적인 지리조건과 인적 자원이 훌륭하기 때문”이라며 “한국이 주도적인 자세를 취하기만 하면 투자할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밝혀 동아시아개발은행 설립 문제가 이미 국제사회에서 공론화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했다.


실제 루트 박사는 “세계은행과 미국의 억만장자들이 이같은 방안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혀 새 은행의 설립 가능성에 대해 한층 무게를 실어 주었다.

스탠퍼드대학 교수와 후버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한 그는 또 “중국·북한·동러시아 등 동아시아 지역이 개발된다면 이는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 거대한 시장이 생긴다는 의미”라고 말해 향후 동아시아 경제의 잠재능력을 재차 강조했다.


남북경협 자금 조달과 관련해 루트 박사는 “남북이 단일 경제권으로 묶이면 도로·항만·철도 등 북한의 기반시설 투자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예정”이라며 “동아시아개발은행이 바로 그러한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개발은행이 필리핀으로 유치된 것은 전(前) 마르코스 대통령 정부가 건물과 대지를 제공했기 때문”이라며 “한국 정부가 건물과 땅을 제공할 의사가 있다면 서울에 새 개발은행을 설립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트 박사는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은 동남아 지역 등 남아시아의 개발에치우쳐 왔다면서 새 개발은행의 은행장 역시 한국인이 맡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샌타모니카=최승철 기자】
/ rock@fnnews.com 최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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