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보험 설계사'귀하신 몸'…바뀐 업계제도로 영업소장 수입 좌지우지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11 04:46

수정 2014.11.07 13:56


보험사 영업의 최전선인 지점과 영업소가 연봉제 성과급과 스카우트 바람에 술렁이고 있다.

11일 아침 9시 K생명 분당 지점. 본사 출신의 영업소장들과 필드에서 뛰는 여성설계사들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조회를 갖고 영업 목표와 실적을 확인하며 하루의 일과를 시작했다. 하지만 조회를 마치고 나가는 B씨를 바라보는 소장 A씨의 머리 속은 복잡하다.

올해 나이 36세인 여성설계사 B씨는 한달에만 1000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잘 나가는 설계사. B씨는 지난달 정부가 연내 보험모집인 스카우트 금지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이후 영업소내에서 몸값이 상한가로 뛰었다. 그가 관리하는 고객은 모두 300여명. 만약 B씨가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다른 회사로 스카우트된다면 이들 고객들도 모두 경쟁사의 고객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불어 A씨의 소득도 엄청나게 줄어든다.


왜냐하면 얼마 전부터 회사에서 월급대신 연봉제로 성과급을 주는 오버라이딩(overriding) 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영업소장이 관리하는 설계사의 소득에 따라 정식 직원 신분인 영업관리자의 소득이 결정된다. 또 A씨가 다른 영업소로 옮겨 가더라도 3년 동안은 이전 영업소에서 관리하던 설계사조직의 성과에 상응하는 성과급을 받기 때문에 자리를 옮겨도 이전 영업소의 실적이 수입을 결정하는 최대 변수가 된다.

그 때문에 요즘 현장 영업관리자들은 우수한 설계사들의 이탈을 막고 신인 설계사를 발굴 육성하는데 예전보다 훨씬 심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A씨는 이 제도가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그는 “과거에는 실적에 대한 부담으로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받고 고정월급에 약간의 상여금이 있을 뿐이었다”며 “이제는 내가 땀흘린 만큼 수입을 올릴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실제로 교보생명의 경우 오버라이딩제 도입이 예고된 4월 사내 지점장후보 공모에서 60명 모집에 2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고 현재 영업소장직을 희망하는 본사 4∼5년차 사원들 150명이 대기중이다.


한편 같은 사무실을 쓰는 설계사 C씨는 A씨나 B씨와는 다른 고민을 하고 있다. 그는 “보험사만 빈익빈 부익부가 아니라 설계사 사이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일부 설계사들은 생존을 위해 노조결성을 다시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보험영업 현장에 새로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이다.

/ djhwang@fnnews.com 황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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