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조주청의 지구촌golf라운드] 떼강도 위험무릅쓴'공포의 라운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11 04:46

수정 2014.11.07 13:56


파푸아뉴기니(Papua New Guinea)는 새까만 멜라네시안들이 이 산골짝 저 산골짝에서 부족단위로 살아가는 남태평양의 섬나라다.

400만명도 채 안 되는 인구에 800여 부족이 800여 가지의 언어를 사용해 말이 통하면 형제요,말이 안 통하면 적이 되는 원 톡(One Talk)시스템이 법 위에 군림하는 나라다.

7∼8년 전인가? 골프광 미국 여자 대사가 이 나라에 부임해 왔다.

이 나라 수도 포트모스비(Port Morsby) 외곽에 그림같은 포트모스비GC 18홀이 울울창창한 숲을 가르며 융단처럼 깔렸고 골프장을 한 눈에 내려다보는 언덕 위엔 이 나라 국회의사당과 총리공관이 들어앉았다.

이 멋진 골프코스에서 미국 여자 대사 일행이 라운드를 하다 변을 당했다.

브아이라는 이 나라 전통 환각제에 취한 젊은 라스칼(떼강도)들이 덮쳐 미국 여자 대사를 비단결 같은 페어웨이에 뉘어 놓고 윤간을 해버린 것이다.

미국 여자 대사는 이튿날 본국으로 줄행랑을 쳐 버렸다.

이 나라를 여행할 때 골프를 하러 가겠다 했더니 호텔 지배인이 앞을 가로 막으며 들려준 얘기다.

하오나 근지러운 손을 도저히 달랠 길 없어 호텔 지배인의 만류를 뿌리친 채 택시를 잡아 타고 포트모스비GC로 달려 갔다.

인도계 골프장 매니저 왈,“카메라를 들고 가는 것은 떼강도인 라스칼을 부르는 짓이다. 지갑도 여기 두고 20달러만 몸에 지녔다가 그놈들이 덮치면 얼른 줘버려라.”

그린피,캐디피,클럽 렌트비가 모두 합쳐서 10달러다.

첫 홀에서 드라이버를 날리고 페어웨이를 걸어가는데 번쩍이는 정글 칼을 든 험상궂게 생긴 사내가 불과 서너 걸음 뒤에서 따라오는 것이 아닌가.

맨발에 반바지 하나만 걸치고 뒷머리는 박박 민 채 앞머리가 턱수염까지 이어지는 섬뜩한 모습이다.

“저 사람이 누구냐?”

더럭 겁이 나서 캐디 녀석에게 귀엣말로 물으니 나를 보호해 주려고 따라 다니는 안전요원이란다.

그러면서 시커먼 캐디 녀석이 들려주는 실화 한 토막이 으스스하다.

얼마전,호주 사람들이 라운드을 하는데 브아이에 취한 라스칼들이 덮쳤단다.

호주 골퍼가 재빨리 차고 있던 권총을 뽑고 뒤따라오던 안전요원이 활을 쏘았다.

때아닌 골프장에서 남태평양 오후의 결투가 벌어진 것이다.

그 치열했던 전투는 결국 라스칼 한 명이 쓰러지는 것으로 끝이 났단다.

그러나 총알은 모두 빗나가고 화살 하나만 라스칼 허벅지에 박혔다나.

라스칼을 만날 때 만나더라도 우선 정글 칼을 들고 따라오는 안전요원이 겁나 항상 5∼6m의 안전거리를 유지했다.

페어웨이를 걸어갈 때도 아이언 하나를 빼들고 여차하면 내려칠 태세로 한 홀 한 홀 이어가는데….

생각해 보니 내가 미쳐도 단단히 미쳤지.

목숨을 건 공포의 라운드라니.

이게 무슨 골프인가.

그래도 볼은 잘 맞으니 알다가도 모를 게 이 놈의 골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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