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파업 첫날 금융기관 스케치…노조원 속속 복귀'창구는 평온'

이영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11 04:46

수정 2014.11.07 13:55


은행창구는 예상보다 평온했다. 우려했던 전산망 마비나 ‘금융대란’도 없었다.

전국의 일선 영업점은 거의 대부분 정상영업을 했고, 고객들의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파업참여도가 높은 일부 은행에서는 일손이 부족해 고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영업개시 시간이 오전 9시30분인 은행들은 모두 정상적으로 문을 열고 고객들을 맞았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11일 파업에 참여해 결근한 직원은 1만5000여명으로 금융노조 조합원 대비 18.6%, 전체 은행원 대비 13.5%에 그쳤다.


당초 강성노조로 분류됐던 국민-주택은행 등은 조합원이 대부분 현업에 복귀해 영업에 차질이 없었다. 기업은행도 이날 아침 노조위원장이 직권으로 노조원 업무복귀 명령을 내려 파업열기가 식어버렸다. 오후에는 외환은행도 노조위원장의 업무복귀 명령이 이어졌다. 외환은행은 오전까지만 해도 조합원의 절반 이상이 파업에 참여해 바짝 긴장했었다.

○…한빛-조흥은행은 예상대로 파업 참가율이 높았다. 대형지점에는 10∼15명, 중소형지점에는 5명 안팎의 인력이 출근해 분위기가 매우 썰렁했다. 이들 은행은 간부급과 파트타이머 등 긴급대체인력을 풀가동, 정상영업을 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한빛은행 여의도지점은 전체직원 34명 중 조합원 27명이 출근하지 않아 지점장, 차장 등 7명이 창구에서 단순 입·출금 업무를 보았다. 이 지점 관계자는 “정상출근 직원이 전체의 20%에 불과, 정상영업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그러나 법인고객 등 고액예금자들의 경우 인터넷뱅킹, PC뱅킹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직접 내방한 개인고객들은 평상시와 큰 차이가 없으며 입출금업무는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빛은행 미아동지점도 조합원 10명이 집회에 참가하는 바람에 계약직 6명 만이 나와 단순업무만 처리했다. 외환은행 반포지점은 조합원 6명이 출근을 하지 않아 임시로 채용한 파트타이머 3명이 창구를 지켰다. 이 은행 남영동지점 역시 간부사원을 제외한 정규직원 모두가 파업에 참가, 임시직원들이 공백을 메웠다. 조흥은행 구로동지점도 간부사원만 출근, 단순 입·출금 업무를 제외한 신규대출이나 외환거래, 수출입업무 등에 차질을 빚었다.

○…파업불참을 선언한 대부분의 우량은행들은 순조롭게 정상영업을 했다. 지난 8일 본점직원 파업불참 결의에 이어 10일 전 지점에 파업불참 안내문을 내건 주택은행의 경우 전 직원이 출근했다. 일찌감치 파업불참을 선언한 신한, 하나, 한미, 제일, 농협, 수협 등 대부분의 금융기관들도 오전 9시부터 정상영업을 시작했다.

신한은행 강남지점의 경우 평소보다 20%가량 고객이 늘었다. 이 지점 관계자는 “정상영업이 가능하냐, 지금 계좌이체도 가능하냐, 당좌거래를 할 수 있느냐는 등의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모든 은행업무는 정상적으로 처리되고 있으나 10일 결제된 자기앞수표와 어음 등이 상대방 은행에서 지연처리될 경우 고객불편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미은행 대림지점도 수시입출식 예탁금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등 일부 업무를 중심으로 업무폭주 현상까지 빚었다.
또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신용보증기관도 조합원 일부와 지부장이 빠져나간 일부 지점을 제외하고는 큰 문제가 없었다.

/ ykyi@fnnews.com 이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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