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勞·政 대타협] ˝파국은 막아야˝… 노·정 공감대 형성

차상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11 04:46

수정 2014.11.07 13:55


은행총파업이 노정간의 극적 대타협으로 큰 혼란없이 끝났다.

이번 은행파업은 지난 98년 1차 금융구조조정 당시 파업과는 달리 산별노조인 금융노련을 중심으로 각 은행들이 결속된 탓에 사상초유의 금융대란으로 비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노·정 양측 모두 파업에 돌입할 경우 발생할 사회 경제적 손실에 대한 책임감과 공감대를 어느 정도 갖고 있었기에 파국은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보다도 각 은행별로 처한 속사정이 달라 결속력에 힘을 보태지 못했고 개별 은행노조의 적극적인 참여 또한 이끌어내지 못해 파업을 조기에 끝내게 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핵심은 정부의 2차 구조조정 방향이 이미 확정된 상황에서 우량 및 비우량 은행간 파업명분에 대한 입장이 일치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또 국민의 혈세나 다름없는 40조원대의 공적자금을 수혈받아 연명하고 있는 다수 은행과 노조원들에 대한 따가운 비난여론도 이탈 은행을 늘렸다는 분석이다.여기에다 어차피 맞게 될 구조조정 과정에서 파업에 적극적인 은행은 어떤 식으로든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노사간 공통된 우려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파업불참행렬은 지난 6일 한미,신한,하나 수출입 등 3∼4개 은행노조를 시작으로 농·수협과 주택,기업,국민은행 등 대다수 우량은행으로 확산됐다.이어 파업당일에는 외환 제주은행 등도 파업철회를 선언하는 등 순수파업은행은 조흥,한빛,서울 등 6개 은행으로 줄었다.결국 구조조정의 직접 당사자인 공적자금 투입은행 노조 위주로 강경한 행보를 고집한 셈이 됐다.

여기에다 각 은행들이 비조합원과 퇴직직원,외부인력 등을 동원,전 영업점의 정상가동을 선언하고 나서면서 노조도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은 은행간 우열이 파업참여 여부에 따라 더욱 확연히 구분되고 국민들의 선택도뚜렷해지면서 심해졌다.

파업직전 며칠간 수조원의 예금이 파업참여은행에서 빠져나와 불참은행으로 이동하는 등 시장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같은 상황이 여론화됐다.

초기에 파업에 적극적이었던 외환은행 등 몇몇 은행 조합원들은 시장의 힘에 의해 존폐기로에 설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급속도로 형성됐다.

당초 22개 은행과 금융결제원 등 유관기관 6개가 단일 산별노조 아래 모여 엄청난 결속력을 발휘할 것이란 당초 노조측의 예상은 여론과 여론에 움직이는 시장에 의해 빗나간 셈이 됐다.

시중은행 한 노조간부는 “화이트칼라 계층인 노조측이 의사파업 등 계속된 집단이기주의적 불법행동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고 여론을 의식한 조합원들의 열기도 자연 식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을 받은 은행 종사자들이 무슨 낯으로 국민들의 불편까지 강요하면서 파업을 하느냐는 질책을 도외시할 수만 없었다는 지적이다.

결국 노·정 당사자의 노력만이 아니라 여론을 무시하는 집단적 행동에 대응한 시장의 힘이 개별 은행의 파업철회를 끌어냈고 원만한 타협으로 연결시켰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csky@fnnews.com 차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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