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勞·政 대타협]무엇을 남겼나…시장안정·구조조정 가속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11 04:46

수정 2014.11.07 13:55


은행총파업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11일 국내 금융사상 처음으로 강행된 은행총파업도 하루만에 막을 내렸다.정부와 금융노조 모두 큰 결단을 내린 것이다.은행 총파업 조기종결은 여러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무엇보다 금융시장 안정과 2차 금융구조조정 가속화에 큰 도움을 줄 것이 확실시된다.

협상 조기타결가능성은 파업첫날인 11일 오전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금융감독위원회는 총파업강행시 공권력을 대거 투입,강제 수습에 나서기로 했던 당초 방침을 철회하고 공권력 투입자제를 요청했다.파업강행여부에 관계없이 끝까지 협상을 벌여 사태를 원만히 수습하려는 의지가 역력했다.

극한 투쟁으로 일관하겠다던 금융노조측도 협상자세를 전향적으로 바꾸기 시작했다.한편에선 총파업을 강행하되 물밑협상은 계속 진행한다는 전략이 그것이었다.

양측은 11일 오전 9시께 실무위원회 차원의 협상을 재개했고 주요쟁점에 대해 상당한 의견 접근을 보기 시작했다.실무 협상에 참가했던 한 정부당국자는 “이날 오전의 협상결과가 아주 좋았다”며 “파업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확언했다.오후 1시부터는 이용근 금감위위원장과 이용득 금융산업노조위원장이 단독협상에 들어갔다.실무협상에서 해결하지 못한 남은 매듭을 풀기 위해서였다.

이들의 독대 분위기도 상당히 좋았던 것으로 전해진다.이용득 위원장은 독대에 앞서 “금융파업이 전부는 아니다, 그동안 금융파업을 지지해준 국민들에게 감사한다”는 말을 남겨 파업조기철회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했다.협상은 급속도로 진행됐고 급기야 노조측의 파업 종결선언으로 이어졌다.

협상이 의외로 빠르게 급진전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노·정양측 모두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크게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노조측으로서는 금융파업에 대한 여론의 질타를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처지였다.또 정부는 총파업문제를 조기 수습하지 못할 경우 위기대처능력을 심판받아야 할 입장에 놓여 있었던게 사실이다.

뿐만이 아니다.우량은행들이 파업대열에서 속속 이탈했던 점도 파업조기종식의 한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11일 오후에는 그동안 강경투쟁을 선언했던 외환은행마저 파업을 철회했고 이는 파업전열 와해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파업이 비우량은행 위주로 전개된 것이 파업열기약화의 가장 큰 원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비우량은행만이 파업을 지속할 경우 우량한 은행도 똑같이 비우량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대부분 은행들의 파업대열 이탈도 가속화 됐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어쨌든 정부와 금융노조가 물리적 충돌없이 조기협상을 끌어냄으로써 우리 금융시장은 한단계 더 성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대외신인도도 빠른 속도로 회복될 전망이다.은행 구조조정도 급속히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구조조정 추진과 관련한 노조의 무조건 반대라는 큰 걸림돌이 제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로서는 넘어야 할 산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무엇보다 관치금융청산을 위한 구체적인 결과물을 국민앞에 내놓아야 한다.

/ fncws@fnnews.com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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