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勞·政대타협] 이 금감위장 일문일답

차상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12 04:46

수정 2014.11.07 13:55


끈기와 인내로 은행파업사태를 벼랑끝에서 해결한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은 협상을 끝낸 뒤 금감위 기자실에 들러 “노-정 양자 모두 국민생활 안정을 걱정하고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인식을 같이 한다는 사실에 크게 고무받았다”며 기나긴 협상타결 과정의 감회를 피력했다.

-지금의 심경은.

▲굉장히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끈기와 진실로 협상에 임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오후 1시 명동성당에서 이용득 금융노조 위원장과 만나 3시간 10분동안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동질성을 느꼈다.정부가 노조의 요구에 대해서 진지하게 검토하고 원만한 타협을 이끌어낸 것은 앞으로 큰 선례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태 와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나 혼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감정과 만족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사실이 더욱 어려웠다.

-오후 3시30분께 협상이 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가 협상내용에 대해 이헌재 재정경제부장관이 반대해 시간이 지연됐다는데.

▲대강의 합의를 보고 협상장을 나와 합의 내용을 이장관과 상의하겠다고 알린 것이 와전된 것 같다.

-협상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최후 쟁점은.

▲개혁이 후퇴될 수 있는 사안을 놓고 가장 심각한 고민을 했다.다행히 금융개혁의 큰 틀에 대해서는 노조측도 지체할 수 없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었다.노조도 정부의 개혁정책에 많은 이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공적자금이 추가로 들어가게 되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추가로 소요될 공적자금은 적정하게 산정돼 있다.만약 개혁의 속도를 빨리 하거나 신규분이 필요하게 되는 등의 이유가 생기면 정당히 요구하고 사용하겠다.

-오늘 협상의 성과는.

▲국민생활을 안정시켜야 한다는데 노-정 모두 공감대를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금융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며 이번 사태를 기화로 구조조정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의 과제는.

▲시장의 힘에 의해 구조조정이 이뤄지도록 정부는 환경을 조성하고 그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도록 노력하겠다.
■협상주역- 이용근 금감위원장

이용근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월 이헌재 재경부장관에 이어 2대 금감위장에 오른 국내 금융감독의 총수.그는 대인관계가 특히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지난 98∼99년 금융 및 구조조정의 격랑 속에서 금감위와 정·재계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당시 금감위에 쏟아지는 외풍을 순화시키고 정치권을 설득하는 일에 어김없이 나서는 등 보이지 않는 바람막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용득 금융노조위원장과는 지난 98년 은행 파업 때 금감위 부위원장과 상업은행 노조위원장으로 10일간 밀고당기는 신경전을 벌였던 것이 인연이 돼 이번 협상에서도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질 때마다 당시를 회상하며 말문을 열도록 분위기를 이끌었다는 후문이다.

주어진 상황의 흐름을 읽는 안목이 뛰어나고 다양한 의견에 귀를 여는 포용력과 중간조정 역할에 강점을 갖고 있어 이번 은행 파업사태에서도 은근과 끈기로 대화를 통한 대타협을 이끌어 냈다.

그는 이번 은행 파업문제를 원만히 해결함으로써 대내외의 신뢰를 한몸에 받게 됐다.

/ csky@fnnews.com 차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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