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勞·政 대타협]금융구조조정 앞날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12 04:46

수정 2014.11.07 13:55


‘7·11 노·정대타협’은 금융구조 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정부는 이제부터 금융개혁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 수 있게 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정 합의는 양날의 칼이라는 인식이 정부 주변을 지배하고 있다.

정부가 은행파업을 진화하기 위해 노측에 양보한 사항이 일단 파업을 피하기 위한 디딤돌로 유용하게 사용됐으나 향후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는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가 얼마나 향후 금융구조 조정에서 걸림돌이 될지는 핵심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 내용이 나와야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개혁이 시급하다는 대원칙만큼은 지켰지만 그 골격을 이루는 인원-조직감축,부실은행 신속 합병 등 핵심 개혁수단과 관련해서는 후퇴한 부분이 많아 운신의 폭이 더 좁아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파업 하루만에 정부의 양보를 얻어낸 노조의 위상과 목소리가 높아진 점도 개혁추진에 핵심 변수가 됐다.


이번 파업에서 모든 은행들이 개혁에 대한 시장의 압력을 확인한 것은 큰 소득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파업참여은행과 비참여은행간 명암은 매우 뚜렷했다”며 “개혁을 하지 않는 곳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실감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금융구조조정의 속도와 강도를 높여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노·정 타결이 이루어짐에 따라 금융지주회사법을 제정하고,한빛·조흥 등 공적자금 투입 은행에 대해 정부의 주도적인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화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희망사항대로 강력한 개혁추진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은행을 강제합병시키거나 인위적인 감원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한빛·조흥은행 등을 유기적으로 통합시키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됐다. 한빛·조흥·외환은행 등이 독자생존을 주장하면서 지주회사 밑에 들어가는 것을 장기간 지연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전문가들도 정부 주도 금융개혁의 핵심인 금융지주회사 설립과 관련, 그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금융지주회사를 이용한 은행 통합은 현실적인 대안이지만 (강제적인)감원과 조직감축이 없다고 사전에 못박은 것은 앞으로 실질적인 개혁추진에 근본적인 장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노·정 타협은 결국 국민의 부담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노·정 모두 자기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없는지 냉정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 kyk@fnnews.com 김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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