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勞·政대타협]급박했던 하루

임대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12 04:46

수정 2014.11.07 13:55


정부와 금융노조의 극적인 타결이 이뤄진 11일은 그야말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긴박한 하루였다.

새벽 2시부터 시작된 1차 실무위원회에서 노조측의 중단 선언으로 타협의 실마리를 전혀 찾지 못했던 양측은 2시10분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용득 금융노조 위원장의 전격 회담으로 속개됐지만 새벽 4시5분 다시 결렬되면서 타협은 물건너가는 듯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헌재 장관과 이용득 위원장의 재회담도 결국 무산되고 노조는 급기야 새벽 5시 사상 초유의 금융 총파업을 선언, 대정부 투쟁을 시작했다. 이후 김호진 노사정위원장의 적극적인 중재노력도 무산되는 듯 노조는 연세대와 명동성당에서 본격적인 파업절차를 밟아나갔다.

오전 9시15분 양측은 다시 실무협상에 돌입했으나 한시간 여만에 서로의 악화된 감정만 확인한 채 아무런 소득없이 결렬됐다. 노조는 노사정위원회가 제안한 4차 노-정 협상도 거부하며 오직 ‘총파업’뿐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나 오후들어 이용근 금감위원장이 명동성당의 노조 지휘본부를 전격 방문, 이용득위원장과의 담판이 이뤄지면서 파업장에는 타협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이 퍼졌다. 양측 위원장들의 독대 도중 회담장을 나온 윤태수 금융노조 홍보분과위원장은 시종 밝은 표정으로 기자들에게 회담장 안의 분위기를 간접으로 전달했다. 관련 자료를 담은 노트북이 회담장 안으로 전달되자 기자들 사이에서는 회담 ‘극적 타결’이라는 심지가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초 한 시간여 후 나오기로 했던 양측 위원장들의 모습은 오후4시를 넘겨도 보이지 않았고 회담장을 빠져나온 정부 당국자의 어두운 표정은 회담 분위기가 급반전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후 회담장 안에 있던 윤태수 위원장과 얘기를 나누던 이연상 금융노조 부장이 격앙된 목소리로 ‘이건 교란작전이다’라며 농성중이던 파업대열에 ‘파업 대오를 다시 갖추라’고 소리치자 ‘사실상 협상타결’을 보고했던 기자들은 일제히 ‘분위기 반전’이라는 소식을 긴급히 데스크에 타전했다.

잠시후 이용득 위원장은 회담장을 뛰쳐 나오며 “정부측과 합의된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며 사실상 협상 결렬을 선언하자 잠시 조용했던 파업장은 또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파업이 다시 시작됐다.” 노조원들은 격렬한 투쟁가를 다시 부르기 시작했고 김호진 노사정위원장은 “결렬이 아니다”며 한 시간 후 다시 만날 것이라고 밝혀 실낱같은 희망을 남겼다.
이후 은행연합회에서 계속된 양측의 최종 담판에서 이용근 금감위원장과 이용득 금융노조 위원장은 협상에 전격 합의, 기자 회견장에서 두 손을 굳게 잡았다.

/ dhlim@fnnews.com 임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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