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은행파업은 끝났으나...,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12 04:47

수정 2014.11.07 13:54


평행선만을 달려온 정부와 금융노조사이에 협상이 타결됨으로써 은행 파업이 하루만에 종식된 것은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니다. 은행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국민생활의 불편과 우리 경제에 미치는 타격 등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대외 신인도면에서도 그 영향은 최소한도에 그쳤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사자간에 합의된 5개 사항을 보면 은행업무의 정상화를 서두르는 나머지 문제가 해결되었다기 보다는 봉합하는 데 그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당사자간에 첨예하게 대립되어온 은행의 통합이나 구조조정은 앞으로 현실문제로 닥쳐올 때 또다시 노사간의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합의문은 2차 금융개혁에 있어 정부주도의 강제적 통합은 없으며 인원감축도 노사간의 단체협약을 존중하여 실행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합의문 해석을 둘러싸고 갈등이 재연되고 구조조정이 지연될 수 있는 소지가 있는 대목이다. 은행의 대형화국제화를 통해 경쟁력을 기르는 것이 우리 금융을 살리는 초미의 과제인 점을 고려하면 노사합의에 따라 인원을 줄이고 고용안정을 보장하기란 그리 수월한 일이 아닐 것이다.

예금자보호제도를 당초계획대로 실시키로 합의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그 한도 등을 추후에 검토키로 한 것은 만약에 그것이 보장한도의 상향조정이라면 부실은행의 도덕적 해이만을 오히려 부채질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의 한도를 확대할 경우 은행들이 또다시 무책임하게 수신경쟁을 벌이거나 도산했을 때 보호조치에 안주하려는 폐단을 가져올 우려가 있는 것이다.

부실이 많은 은행에 공적자금을 추가로 투입키로 한 합의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은행에 대해서는 이미 64조원이라는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부어넣어졌지만 아직도 부실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다른 구제책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가투입은 반드시 인원감축등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경쟁력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강제합병이 이루어지지 않는 은행에 대한 지원은 그 명분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에 의해 발생한 은행부실의 보전을 위해 마련해야 할 공적자금의 조달 역시 쉬운 일이 아님은 물론이다.

이번 협상을 통해 은행에 대한 규제와 관치금융의 소지를 줄이는 장치를 마련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번 갈등이 실업을 최소화하면서도 은행의 경쟁력을 기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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