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은행 철수의 의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12 04:47

수정 2014.11.07 13:54


지난 97년말 우리가 외환위기를 겪을 당시 차관을 제공하면서 한국에 진출한 세계은행의 서울사무소가 오는 14일 정식으로 철수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감회를 안겨준다.

한국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로 들어가면서 단일 국가기준으로 가장 큰 금액인 70억달러의 구조조정차관을 제공한 세계은행(IBRD)은 서울에 상주사무소를 개설,한국정부에 외환위기극복책에 대해 훈수해 왔다. 이에앞서 외환위기이후 정례적으로 개최되어오던 IMF 와 우리정부간의 정책협의 역시 지난달 회의를 마지막으로 종결되었다. IMF는 그동안 우리경제의 성장률,금리,환율 등 거시경제에 대해 조언해온 반면 IBRD는 금융과 기업의 개혁방향에 대해 자문해 왔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이미 올해초 한국을 떠났다. 이로써 한국경제는 공식적으로 국제기구로부터 외환위기 극복국으로 공인받은 셈이며 외국의 간섭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되었다.


국제기구가 서울 사무소를 폐쇄하고 정책협의를 중단키로 한 것은 물론 거시 경제지표가 본궤도에 오르고 위기가 극복되었다는 판단에서다. 외환보유고가 6월말 현재 900억달러에 이르고 성장률 역시 당초 예상보다 훨씬 높은 9%대에 이르며 물가또한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는 현상은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국제기구의 평가대로 우리 경제가 앞으로도 계속 안정속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것이며 구조조정이 혁신적으로 이뤄져 대외신인도가 더욱 상승할 수 있을런지는 속단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외환위기 직전과 다름없는 경제주체들의 최근 행태는 우리 경제의 앞날을 불안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것은 내몫챙기기에 급급한 나머지 개혁이 늦춰지고 도덕적 해이가 반복되는 현상이다. 최근의 의약분업이나 금융파업 그리고 각 산업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극렬한 노사분규 그리고 워크아웃기업에서의 도덕적 해이는 한국경제의 장래를 불안케하는 요인이다.


외환보유고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역수지흑자는 점차 그 규모가 줄어들고 있으며 사치성 해외여행이 급증하는가하면 국제원유값의 급등에도 아랑곳없이 에너지소비가 증가하는 현상또한 우려의 대상이다. 빈부격차의 확대,실업,재정적자증가 등도 우리가 해결해야할 과제임은 룰론이다.


세계은행은 철수하지만 철수이후 또다시 국제기구로부터 수모를 당하지 않으려면 경제 각 주체들의 각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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