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증시는 자정에 나서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13 04:47

수정 2014.11.07 13:53


증시가 투자자의 신뢰를 잃으면 더 이상 자본시장으로서 기능할 수가 없으며 자본시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경제의 기반이 중대한 타격을 받게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검찰이 시세조종 등의 혐의로 상장 기업 103개사를 수사중이라는 보도는 실로 충격적이다. 이른바 시세차익을 노린 작전세력의 주축이 대주주를 비롯하여 펀드 매니저와 회계사,증권분석가로 구성되었다는 사실은 우리 증시가 얼마나 깊은 병에 걸려 있나를 말해준다.

증시의 이러한 대규모 작전세력이 횡행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지난 연말과 4·13총선 직후에도 수사 착수를 검토했으나 주가가 급락하는 바람에 연기한 적이 있다. 병집을 도려내기 보다는 증시의 정상적인 기능을 우선 시킨 검찰의 이러한 결정은 그러나 결과적으로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어 결국 상장 기업의 8.9%(코스닥 상장기업의 60%)가 수사대상이 됨으로 그 파장과 충격 역시 그만큼 커질수밖에 없는 심각한 상황을 맞게 했다.
그러나 파장과 충격이 아무리 크다 할지라도 그것은 자본시장의 왜곡이 가져올 후유증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지엽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검찰의 이번 수사가 검찰 독자의 이른바 ‘기획수사’가 아닌,금감원의 고발과 수사의뢰에 따른 ‘통상적인 수사’라고 하든 자본시장을,그리고 일반 투자자들을 자신들의 ‘일확천금’의 도구로 이용하는 풍조와 발상의 뿌리를 뽑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디지털시대에 동경의 대상이 되는 직종의 하나인 펀드매니저가 일확천금을 노려 주가조작 작전에 몰두하는 것은 부동산 시장에 들끓는 철새 브로커인 ‘떴다방’과 다를 것이 없으며 그러한 행태가 지금까지 용남된 자체가 비정상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비정상적인 행태와 발상이 이들에게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사회 전반의 도덕적해이에 말미암은 집단 이기주의와 황금만능 풍조의 팽배가 바로 이들이 탈선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고 있으며 언제 어디서 또 누구나 그러한 유혹에 빠져 들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
검찰 조사와는 별도로 증시 자체의 대대적인,그러나 허식적인 것이 아니라 내실에 충실한 정화운동이 있어야 마땅하며 그것이 바로 작전세력에 의해 실추된 신뢰를 되찾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