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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개발은행 설립…동북아 경제지도 바꾼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14 04:47

수정 2014.11.07 13:52


동북아시아 다자간 경제협력구도를 모색하는 작업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12일 본지와 미국 밀큰연구소가 공동주최한 ‘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재원조달 방법을 곁들인 ‘동아시아개발은행(EADB)’ 설립구상이 나온 것을 계기로 동북아 경제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ADB 설립은 아직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서울에 본부를 두자는 이 야심적인 구상이 실행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쪽이 주도하는 사전 연구가 더 필요하다. 이 단계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관련 당사국 간의 협의에 착수하는 것이 일의 순서다.

이 구상에 대해 우리 정치권과 청와대는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파이낸셜뉴스와 밀큰연구소는 이러한 한국내 반응에서 힘을 얻어 앞으로 EADB구상을 구체화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지난 1월 일본 니가타에서 열린 ‘2000년 동북아시아 경제회의’는 이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 회의에서 사토 미츠오 아시아개발은행(ADB) 전(前)총재는 메콩강 유역 6개국이 참여했던 ‘메콩강 협력사업(GMS)’을 예로 들어 동북아 경제협력 모색과 관련한 참고사항을 열거했다.

사토 전총재에 따르면 첫째 다자간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 내에 협력기구가 설치돼야 하며 지역 내에서 이 기구를 이끌 국가가 나와야 한다.일본은 아무래도 역외국가이어서 한계가 있었다.ADB는 기본적으로 동남아에 활동초점이 맞춰져 있다.

둘째,우회전략을 펴야 한다.지역내 개별 국가들에 정책을 제시하고 해당 관계자간 협상을 통해 이를 정책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국제기구가 직접 수행할 경우 각국 특수 상황을 파악해 계획을 실행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셋째,국제기구와 개별국가 간 쌍무협상이 활발해야 한다.각국에 대한 지원은 국가별 특수상황에 적합해야만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는 러시아를 제외하고라도 한국,중국,일본 3개국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상회할 정도로 경제규모가 크다.이들 3개국에 자원의 보고인 러시아(시베리아)가 가세한다면 잠재적 성장 가능성은 무한하다.

여기에다 한반도 긴장완화로 한반도가 시베리아 철도로 연결된다면 한국은 유럽과 바로 이어지는 육상수송망을 확보할 수 있다.오는 19일 북한을 방문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과 주로 남북한 철도 및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연결 문제를 협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TSR의 현실화 가능성은 가시권으로 들어오고 있다.

한반도 해빙분위기에 더해 세계경제에서 지역협력이 갈수록 중요시되는 추세도 동아시아 경제협력 모색에 가속제로 작용할 수 있다.

유럽은 1992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체결한 이래 역내 단일화폐 유로를 도입하는 등 빠른 속도로 경제통합을 추진중이다.
미국·캐나다·멕시코가 주축인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는 미주지역 34개 국가를 포괄하는 미주자유무역지대(AFTA)로 오는 2005년까지 확대개편될 계획이다.

EADB 구상을 처음 들고 나온 밀큰연구소는 지금이야말로 동북아 공동개발을 서두를 적기라고 지적한다. 이 연구소가 동북아 개발을 선도할 국가로 한국을 지목한 것은 한국이 지리적으로나 경제력 면에서나 일본과 기타지역을 연결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 공동개발이 실천단계에 접어들 때 자본조달은 당연히 EADB가 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지난 13일 청와대를 예방한 밀큰연구소 스트라스하임 사장이 “미국에서 동북아로 투자자금을 끌어들이는 역할은 밀큰연구소가 담당할 수 있다”고 자신한 것은 EADB 설립의 타당성을 월스트리트 차원에서 뒷받침하겠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대목이다.


시베리아에서 한국으로 직접 연결되는 송유관과 가스관,서울이나 부산에서 출발해 중국 또는 시베리아를 가로질러 서유럽까지 곧바로 연결되는 대륙횡단 철도가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 날도 머지 않은 듯하다.

/ dympna@fnnews.com 송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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