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시아의 통화불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14 04:47

수정 2014.11.07 13:52


동남 아시아각국에 통화불안의 조짐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97년 7월 방콕발 외환위기가 급기야는 한국경제를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로까지 몰고 간 사실을 상기하면 3년만에 또다시 나타나고 있는 아시아에서의 금융위기를 강건너 불인양 예사롭게 볼 수 없는 일이다.

이번의 아시아 금융불안은 태국에서가 아니라 인도네시아에서 출발하고 있다.올들어 계속 내림세를 보여온 루피아화가 최근에는 더욱 하락,연초에 비하면 무려 35%나 폭락했다. 태국의 바트화와 필리핀의 페소화역시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는가 하면 이에 영향받아 경제상태가 건실한 싱가포르와 호주 달러화도 내림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아시아 각국에서 통화가치하락의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 3개국에서의 통화가치 하락은 정치불안에 그 원인이 있다. 대통령의 정치적 장래에 대한 불안감,총리에 대한 사퇴압력,여야간의 알력증대 등이 경제적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겹쳐 구조조정을 비롯한 경제개혁이 늦춰지고 있는 것도 통화불안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도 3년전의 외환위기 이후 경제사정이 나아지고 있기 때문에 개혁작업이 지지부진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동남아시아의 통화불안이 앞으로 얼마나 계속되고 한국에 얼마만큼의 파장을 몰고 올런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이들 지역의 경제사정이 전보다는 호전되고 있고 대외부채나 무역수지 등이 3년전보다는 월등하게 나아졌기 때문에 통화불안이 외환위기로까지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있는가 하면 정치불안과 경제개혁의 이행여부에 따라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는 비관론도 없지 않다.

그러나 위기가 닥치기 전에 미리 대처하는 것만큼 현명한 일은 없다. 특히 제몫 챙기기에 급급한 나머지 개혁이 부진하고 남북회담이후 심화하고 있는 국론분열현상은 통화불안현상이 다른 나라의 일만이 아닐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우리 경제구조는 소위 펀더멘털이 튼튼하다고 해도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불안한 요소도 많다. 단기외채비중이 총외채의 33%로 IMF이후 최고수준이며 증권시장에서의 외국인 투자비율이 30%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국제통화의 변화에 우리경제가 얼마만큼 영향받을 수 있는가를 나타낸다.
미국금리가 오르거나 일본이 제로금리를 포기하면 한국에 투자된 돈은 썰물처럼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그린스펀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장은 3년전 아시아를 휩쓸었던 것과 같은 새로운 금융위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시아금융시장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그에 미리 대처하는 슬기를 보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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