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국제 가격 카르텔을 막아라…기업은 이윤추구위해 담합사례 증가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16 04:48

수정 2014.11.07 13:51


미국 반독점 당국이 미국시장에서 가격담합을 일삼는 거대기업들을 상대로 벌이는 수사과정은 지금 전세계에서 개봉중인 미국 첩보영화 ‘미션 임파서벌’을 방불시킨다.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미 법무부가 이 과정에 동원하는 도청장치,무선 음성·영상 송수신기 등 각종 첨단 장비를 보면 마치 국제 마약카르텔이나 조직폭력단을 상대할 때와 마찬가지의 긴장감이 느껴진다.

수사과정 자체도 스파이 영화나 다름없다.수사요원이 회의 참석자로 가장해 몰래 카메라를 숨긴 채 현장에 들어가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는 일이 흔하다.

지난 94년을 기해 미국의 반독점·가격담합 조사당국은 국내 카르텔 단속에서 국제적 가격담합 조직에 대한 단속으로 시야를 확대했다.

미 법무부는 국제 카르텔 조직 단속에 착수한 이래 이미 수차례에 걸쳐 수십억 달러 규모의 국제 가격담합을 적발해 사법처리했으며 현재 30여 건의 추가사례를 놓고 수집된 증거를 면밀히 검토중이다.

미 법무부가 가격담합 수사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두말할 것없이 담합으로부터 미국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미 법무부 반독점국의 제임스 그리핀 수사과장은 ‘대여섯 명이 호텔방에 모여 정한 가격을 전세계 소비자들이 그대로 따라야 하는 현실’은 반드시 바로잡혀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핀의 직속상관인 조엘 클라인 반독점국장도 “가격담합의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담합척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가격담합 단속에는,내놓고 떠들 수는 없지만 미 법무부 내부적으로 또 하나 무시할 수 없는 동기가 있다. 그것은 단속이 ‘남는 장사’라는 것이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가격담합 혐의로 소환에까지 이르는 외국 기업은 전체 적발 기업의 1% 미만이었다. 그러던 것이 2년 전에는 그 비중이 무려 50%로까지 커졌다.

국제 가격담합은 꾸준히 느는 추세이며 이들에게 부과되는 벌금도 따라서 늘고 있다.

미 법무부는 국제 가격담합에 매긴 벌금으로 지난 97년 한해에만도 11억 달러, 최근 4년 동안 총 16억 달러의 수입을 챙겼다.
이는 연평균 4억달러의 벌금수입을 뜻하는 것으로, 이같은 액수는 지난 10년간의 연평균 벌금 2900만 달러에 비하면 엄청나게 커진 규모다.

이렇게 모인 돈은 반독점·가격담합과는 무관한 연방범죄 희생자들을 위한 기금으로 쓰인다.

반독점 사범 수사에는 어려움이 만만찮다.

국제 카르텔 조직들은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법을 총동원한다.이들이 가격담합을 모의하기 위해 가장 선호하는 계기는 각종 무역단체가 주최하는 무역회의다.한때 무역회사를 경영했던 윌리엄 버스트씨는 “공식 회의석상에서는 아무 일도 없지만 호텔로 돌아간 뒤 한 두명이 모여 무슨 일을 도모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최근 유에스에이 투데이지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국제 가격담합 변호를 담당하고 있는 스프라틀링 변호사는 “특히 올 들어 불법적으로 자행되는 국제 가격담합을 무역단체들이 위장해 주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98년 밝혀진 대규모 비타민 가격 담합도 스위스 외곽에 위치한 성(城)이라든가 일본 도쿄 근교의 온천휴양지처럼 수사당국의 손길이 비교적 미치기 어려운 으슥한 장소에서 이뤄졌다.또 이들 국제 카르텔 조직은 수사당국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회의장에 놓인 화분이나 회의실 전등까지 세심하게 살피는 등 행동을 각별히 조심하고 있다.

그러나 웬만큼 큰 대형 담합사건에는 으레 내부 고발자들이 있게 마련이어서 수사당국이 큰 도움을 입고 있다.
이들은 가격담합의 전말을 수사당국에 털어놓는 대가로 사법처리를 면제받는다.

미 법무부는 5년 전부터 가격담합 과정 일체를 가장 먼저 자백하는 회사에 대해서는 죄를 사면해 주기로 하는 ‘자백 인센티브’제도를 실시해 오고 있다. 이 제도 도입의 결과 지난 2년 간 담합사건 30건이 저절로 해결됐다고 한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말은 가격담합을 꾀하는 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가격담합은 당장 그 기업에 터무니없이 큰 이윤을 보장해 준다.
하지만 일단 관계당국에 적발될 경우 해당 기업은 엄청난 벌금과 함께 기업 이미지 훼손이란 씻기 어려운 상처를 입게 된다.

기업이 이윤 극대화를 그 존재이유로 삼는 이상 가격담합은 분명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셔먼 앤 스털링 법무법인의 선샤인 변호사는 “기업의 세계에서 가격담합 관행은 아마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eclipse@fnnews.com 전태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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