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은행, 보안카드제 '있으나 마나'

임대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17 04:48

수정 2014.11.07 13:50


시중은행들이 PC뱅킹과 폰뱅킹 등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사용중이거나 사용 예정인 보안카드제도가 실용성 문제로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대체할 마땅한 보안시스템이 없어 투자는 투자대로 하면서도 보급은 제대로 되지 않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현재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PC뱅킹과 펌뱅킹 거래의 보안유지를 위해 OTP(One-time-passward)카드를 개인과 법인기업들에 지급하고 있다. OTP카드는 은행과 거래하는 사람이 PC뱅킹 등을 이용할때 비밀번호나 특별한 계산을 컴퓨터에 요구하면 전자계산기 형식의 OTP카드를 이용, 거래자가 수식을 계산해 입력하도록 돼 있는 보안장치다.

그러나 OTP카드는 사용이 불편하고 일선창구에서도 복잡한 가입절차 때문에 권장하기를 꺼리고 있어 보급실적이 미미한 실정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보급을 시작한 국민은행의 경우 PC뱅킹 이용자수는 개인과 기업을 포함, 무려 50만명에 달하고 있으나 현재 발급된 OTP카드는 고작 1만7000여개에 그치고 있다.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발급하고 있는 신한은행도 전체 PC뱅킹 이용기업 9100개 업체 가운데 8000개 업체만 발급받았다. 그나마 법인기업들은 의무적으로 이용하게 돼 있기 때문에 가입률이 높은 편이다.

주택은행은 이미 작년에 시스템과 카드 1만개 정도를 구입해 놨지만 아직까지 시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 은행은 수억원을 들여 마련한 OTP카드 시스템을 전산 직원들의 신분을 확인하는 내부용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OTP카드 이용이 저조한 것은 무엇보다 이용자들이 사용하기 불편하기 때문. OTP카드가 보안성은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이용자들은 전자계산기만한 카드를 휴대해야 하고 사용시 복잡한 비밀번호를 일일이 계산, 입력해야 하는 등 불편이 크다.

비싼 가격도 문제다. OTP카드 이용자는 1만∼1만5000원가량의 카드 구입비를 별도로 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은행들이 개인 예금자들을 대상으로 보급하고 있는 패스워드카드의 단가가 300원 가량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고가다. 가격에 비해 기껏해야 전자계산기능 밖에 없는 단순한 기능도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평가다. 보안은 물론 신용카드, 전자화폐 기능까지 통합하는 IC카드가 등장하는 마당에 OTP카드는 부피에 비해 부가 서비스 기능이 전혀 없다는 것.

조흥은행의 관계자는 “고객이 돈을 주고 직접 구입해야 하고 창구 직원들도 복잡한 서류절차로 굳이 권장하고 있지 않다”며 “OTP카드 도입을 위해 조사를 해본 결과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로는 OTP카드를 대체할 만큼 안전한 보안성을 가진 시스템이 없어 어쩔 수 없다는 것이 담당자들의 견해다.


은행들도 이런 이유 때문에 수억원을 들여서라도 OTP 시스템을 도입해 시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빛은행은 오는 9월부터 OTP카드제를 시행할 예정이고, 외환은행도 스마트카드와 함께 OTP카드의 사용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PC뱅킹 등의 보안성을 높이기 위해 각 시중은행들에 OTP카드제의 시행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 dhlim@fnnews.com 임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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