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중 마늘분쟁의 교훈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17 04:48

수정 2014.11.07 13:49


중국산 마늘에 대한 315%의 긴급관세 부과와 이에 반발한 중국측의 한국산 폴리에틸렌과 휴대폰 수입금지로 야기된 통상마찰이 한달 보름만에 타결된 것은 관련업계는 물론 양국 관계를 위해서도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또 타결이후의 마늘농가 대책을 보면서 우리로 하여금 이번 한중 통상마찰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었으며 나아가서,우리의 통상정책과 농업정책의 실체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든 것은 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한국정부가 부과하기로 한 긴급관세 315%는 냉동 초산마늘 수입쿼터(2만t)를 초과한 물량에 대해서만 적용하기로 함으로써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된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우리의 긴급관세 부과조치에 대해 중국의 ‘국제관례나 분쟁해결 절차를 무시한 보복조치’인 폴리에틸렌과 휴대폰 금수로 인한 국내 업계의 피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취한 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지난해 9월 농협이 마늘농가 피해 조사를 신청한 이후 지난 6월 긴급관세를 부과하기까지 9개월동안 통상당국은 무엇을 했는가. 중국이 우리의 긴급관세 부과를 순순히 수용하기를 기대했다면 그것은 이른바 ‘무역전쟁’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안일했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둘째,한중간의 타결에 따라 1500억원의 농안기금을 투입하여 마늘 유통과정 개선과 농가 보호 대책을 서둘기로 한 것 역시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준다.
농산물 유통과정의 비효율성은 비단 마늘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는 점,앞으로도 농산물 수입은 계속 증대될 개연성이 있다는 점들을 생각할 때 이번 마늘에서 보는 것처럼 그때 그 때 품목별로 대응해 간다는 것은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일종의 ‘정책 낭비’가 된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국내 농업의 존립을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며 그것은 지금 당장 실시한다 하더라도 이미 때를 놓친 감이 적지 않다고 보겠다.

어쨌든 한중간의 통상마찰이 해결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통해 앞날에 대비할 보다 효율적인 교훈을 배우지 못한다면 폴리에틸렌과 휴대폰 업계의 피해는 보상받을 길이 없을 뿐 아니라 ‘마늘 마찰’자체가 하나의 해프닝으로 밖에 평가받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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