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조주청의 지구촌 골프라운드] 미얀마의 스텔라골프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18 04:48

수정 2014.11.07 13:49


골프볼에 홈(딤플)이 없다면?

평균 비거리 300야드인 장타자 존 댈리도 딤플이 없는 반질반질한 볼로 드라이버 샷를 날린다면 150야드에도 못 미친다는 유체역학의 신비를 실증해 볼 기회가 생겼다.

“탁구공 말고 골프공 줘요.”

카운터에서 골프클럽을 빌리고 나서 볼을 몇 개 사겠다고 했더니 서랍을 열고 보여주는 골프볼이 모두 탁구공이다.

닳고닳아서 딤플이 모두 없어져 버린 것이다.

이리저리 뒤져봐도 모두가 도토리 키재기다.

미얀마의 스텔라 골프장은 미얀마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196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를 원조해 주던 알부자 나라 미얀마는 쿠데타로 군사 독재정권이 들어서자 나라 이름을 미얀마로 바꾸고 문을 쾅쾅 걸어 잠근 후 미얀마식 사회주의를 한다며 30여년간 문을 열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 안에서 자기들끼리 우물쭈물하더니 뭐가 제대로 안되는지 이제는 다시 문을 빠끔히 열고 스스로 세계 최빈국으로 분류해 줄 것을 유엔에 요청했다.

잘 나가던 시절,동남아의 교통 요지였던 양곤 공항은 거의 모든 항공 노선이 끊어지고 방콕,홍콩 등 서너 개 노선만 가뭄에 콩 나듯이 비행기가 뜨고 내린다.

늙은 독재자 네윈은 집안 기둥뿌리를 뽑아 ‘미얀마식 사회주의’ 주식에 몽땅 쏟아부었다가 깡통계좌를 차게 된 꼴이다.

자,다시 스텔라 골프장으로 가 보자.

열 두어 살 먹은 새까맣고 바짝 마른 캐디 녀석이 클럽을 메고 1번 홀 팅그라운드로 나가며 나보고 오라고 손짓한다.

카운터에 캐디피를 물어봤더니 1달러란다.

그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클럽을 멘 캐디 말고 또 네 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내 얼굴을 바라보며 애원 어린 표정으로 따라나온다.

다섯 명이라 봤자 5달러밖에 안되지만 네 녀석의 역할이 궁금하기 짝이 없다.

두 녀석은 페어웨이로 달려나가 공이 떨어질 예상 지점 양쪽 러프에 선다.

또 한 녀석은 내 카메라 가방을 메고 나머지 한 녀석은 이동 안마사가 되어 계속 내 어깨를 두드린다.

이래저래 다섯 녀석의 역할이 다 주어진 셈이다.


드라이버를 빼어드니 삭아빠진 감나무 대가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샤프트가 휘어져 무릎에 받쳐 바로 편 후에 반질반질한 탁구공형 골프볼을 날리니 정말이지 피칭거리밖에 안 나간다.

페어웨이에 떨어졌는데도 한 녀석이 쪼르르 나오더니 볼을 집어들고 풀을 뜯어 두 손바닥으로 비벼놓고 그 위에 공을 올려놓는다.


또 다시 드라이버로 날려도 탁구공 같은 골프볼은 파 4홀짜리 그린에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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