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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8˝오키나와 서미트(中)]˝21세기는 민간이 주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18 04:48

수정 2014.11.07 13:49


오키나와 G8(주요8개국) 정상회의는 관(官) 중심에서 민(民) 중심의 새 체제를 모색하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세기가 정부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민간이 주도하는 시대가 될 전망이다.이는 정보기술(IT)혁명을 배경으로 글로벌하게 전개되는 대변혁의 시대를 관 주도로 따라잡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이번 정상회의는 이같은 시대변화의 길목에서 민간 주도 혹은 민·관 공동으로 새 틀을 마련하기 위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G8정상회담과 그 성격을 달리한다.

정상회의 의장국인 일본정부는 7월20일부터 24일까지 오키나와에 NGO센터를 설치키로 했다.민·관 대화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정상회의와 관련된 각종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서다.약 150명을 수용할 이 센터에서는 NGO와 정부간의 의견교환,NGO를 대상으로 한 정부의 브리핑,NGO 기자회견이 이뤄지는 등 ‘또 하나의 오키나와 서미트’가 전개된다.

이번 회담을 일선에서 준비해 온 일본 외무성측은 “오키나와 정상회의가 폭넓은 기반 위에서 많은 결실을 얻기 위해 서미트 관계자와 NGO 간 의견교환, 인터넷을 통한 시민 및 내외 NGO로부터의 의견청취 등을 시행해 왔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본정부가 이처럼 NGO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있는 것은 민간을 무시하고서는 성공적인 정상회의를 보장하기가 어렵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지난해 12월 세계무역기구(WTO)각료회담에 즈음한 NGO들의 대규모 시위는 결국 회담 실패를 가져왔으며, 지난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는 약 400명의 시위대가 격렬한 반세계화 시위를 전개했다.이어 4월 워싱턴에서는 NGO 멤버 등 약 1만명의 시위대가 인간사슬을 만들며 미국주도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여 전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일본 도쿄에서도 G8재무장관 회의를 이틀 앞둔 지난 8일 약 200명의 NGO가 시내 관청가에서 채무빈곤국가의 빚 탕감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후 일본 대장성에 채무탕감을 즉각 실시하라는 요망서를 제출했다.이들은 시위 중 “빚에 눌려 1분에 13명의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외쳤다.

민간의 목소리가 급속히 커지면서 이번 오키나와 정상회의도 이같은 민간의 목소리에 겸허하게 귀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정상회의에서 채택될 IT헌장에는 정보화의 격차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소득격차를 확대시키는 디지털 디바이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NGO와의 제휴를 포함해 개도국 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또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은 정상회의 직전인 19일 도쿄에서 IT관련기업 경영자회의를 열어, IT혁명의 추진에 관한 구체방안을 논의한다.그 결과를 정상회의에 제언해 IT헌장에 반영시키도록 할 방침이어서 회의결과와 제언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본 경제동우회 대표간사를 맡았던 우시오 지로(牛尾治朗)씨는 “본질적으로 개인이 주역일 수 밖에 없는 글로벌한 IT 및 인터넷 시대를 국가라는 낡은 틀 안에 짜넣을 수 없다”면서 “그동안 국가 주도로 움직여 온 G8 정상회의에 대해서도 새 발상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 12월 WTO 시애틀 회의가 NGO의 항의에 직면한 것은 시대변화의 흐름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면서 “NGO나 비영리기구(NPO)가 시장경제의 결함을 보완해 주는 역할도 크다”고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도쿄대학 사회정보연구소의 스도 오사무(順藤 修)교수는 “글로벌한 변혁의 시대에서는 정부가 아닌 민간이 주도해야 하지만,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기업의 자율규제를 통해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국제기준 마련이 시급한 분야로 전자인증, 전자서명, 개인정보법, 정보보안대책, 소비자보호, 지적재산권, 전자결제를 위한 환경정비 등을 들면서 “새 제도를 정비하고 그 실효성을 담보하는 주체로서 민,산(産),관이 협력하는 조직형태인 NPO를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 iychang@fnnews.com 도쿄=장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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