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올 상반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조원 늘어난 52조원을 기록했다.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가 늘어나 올 상반기 60조원의 매출을 올린 1위 삼성과의 격차는 지난해에 이어 여전히 8조원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외견상으로는 올해 삼성만큼 장사를 잘한 것처럼 비쳐진다.
그러나 순이익에서 격차가 벌어졌다. 삼성은 지난해 순이익 1조8000억원에서 올해는 4조4000억원으로 2.5배나 껑충 뛰었다.현대 상반기 순이익도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 1조700억원에 비하면 7300억원이 늘어난 1조8000억원(추정치)를 기록했지만 삼성의 41% 수준에 불과해 ‘재계 라이벌’로서 현대의 위상은 상대적으로 추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상반기 매출실적이 8조원이나 늘어났지난 자세히 뜯어보면 다소 허수가 있다. 모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건설이 해외 건설시장에서 출혈수주 등으로 매출액은 13.6% 늘어났지만 구조조정에 따른 자산매각분을 제외하면 순이익은 오히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대북사업의 영향도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금까지 돈을 쏟아붓기만 하는 단계로 매출 발생도 미미한 형편이다.현대 아산의 대북사업중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부문은 금강산 관광 사업으로 지난해 938억원 매출에 6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 상반기 7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며 실속면에서 여전히 적자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간 해빙 무드가 고조됨에 따라 대북사업 여건은 크게 호전되었으며 서해안 공단조성 프로젝트,금강산 경제특별지구 개발 등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대북사업이 현대의 ‘효자 사업’으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
상반기 현대 매출과 순익의 견인차 계열기업은 자동차와 전자. 하반기에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현대차는 올들어 내수와 수출 모두 호조세를 보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5%가 늘어난 8조5000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렸으며 기아차도 69%가 증가한 4조8000억원의 자동차를 팔았다.LG반도체를 합병한 현대전자가 반도체 경기 호조에 따라 지난해 상반기보다 91.1% 늘어난 4조3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에따라 현대의 자동차 소그룹 분리가 이루어진다면 그룹 위상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결국 현대그룹의 새로운 도약은 대북사업에서 도모할 수밖에 없지만 제 궤도에 오르려면 상당한 시일을 요한다는 데 고민이 있다.
/ minch@fnnews.com 고창호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