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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經 개혁없이 21C 일본경제는 없다…하버드大 포터교수 분석

최승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18 04:48

수정 2014.11.07 13:49


“일본의 경제기적을 이끄는 양대 기관차였던 일본식 경영방식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정책(일본식 ‘관료자본주의’)이 이제는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양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경쟁력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 교수가 신간 ‘일본은 경쟁력이 있는가?’에서 일본 경제의 허약체질을 분석하며 내린 결론이다.

포터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지에 최근 소개된 이 책에서 “오늘의 일본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단순히 소비를 늘리거나 금융기관의 자본구성을 바꾸거나 종신고용제를 폐지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고 일본경제 장기부진의 근인(根因)을 진단했다.

그는 “잘 통했던 과거방식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고 전국민이 냉엄한 국제 경쟁체제를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일본 경제는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이 전후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한 설명으로는 대략 두 가지 정설이 있다.

하나는 경제발전 청사진 수립에서 중점 육성산업 선정,업체간 경쟁 및 공동개발 유도에 이르기까지 미주알고주알 정부가 경제에 관여한 이른바 적극적인 개입정책이다.
다른 하나는 정부와의 유착 관계 속에서 지속적인 가격인하와 품질개선 등을 이룩한 기업부문의 일본식 경영방식이다.

그러나 이제 이런 식의 설명은 더이상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 포터 교수의 설명이다.

포터 교수는 일본의 경우 정부가 주도한 산업분야는 결과적으로 경쟁력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또 그나마 경쟁력 있는 분야라 하더라도 그 수익성은 턱없이 낮다. 한때 천하무적으로 보였던 일본 반도체 산업이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정부개입이 일본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라는 종래 주장의 허구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포터 교수는 일본식 경영방식이 과거에는 나름의 이점을 발휘했지만 글로벌하게 펼쳐지는 현대경제의 새 패러다임 속에서는 이미 빛을 잃은 지 오래라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일본식 관료자본주의는 성공보다는 실패를 더 많이 가져왔다. 자동차·VCR·산업용 로봇·카메라·비디오게임 등 일본이 경쟁력을 누리는 업종들은 하나같이 정부의 ‘지원’을 덜 받은 분야들이다. 반대로 화학·항공·소프트웨어·금융 등 경쟁력이 취약한 업종들은 정부의 지원을 더 받은 분야들이다.

정책수립을 담당한 일본 관료들은 정부 지원 아래 효율적으로 수출을 늘리면서 동시에 국내산업도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나 건설·농업·도산매·운수·의료서비스 등의 분야는 효율이 높아지기는커녕 애물단지가 돼 버렸다.

일본이 과거 이룩한 경이적인 경제발전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를 지난 수십년간 연구해 온 포터 교수는 “일본이라고 해서 다른 나라와 다를 것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예를 들어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일본이 오늘날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던 것은 국내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포터 교수는 “그렇다고 정부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정부는 경쟁을 억제하던 역할에서 경쟁을 유도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그는 일본이 70∼80년대에 그랬던 것처럼 비슷한 물건을 약간씩 개조해 팔았던 시절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으며,경쟁자와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최고의 위치를 확보하는 전략을 추구해야만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끝으로 포터 교수는 일본이 지녔던 과거의 장점들은 지금은 대부분 약점이 돼 버렸다고 정의하고,‘경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지 않는다면 일본에는 혁신·기업가 정신·위험감수(risk-taking) 등과 같은 경영의 덕목이 들어설 여지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rock@fnnews.com 최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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