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시중은행 워크아웃 재정비에 '초비상'

이영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18 04:48

수정 2014.11.07 13:48


정부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재정비에 나서면서 시중은행들마다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초비상이 걸렸다.


은행들은 워크아웃 기업여신에 대해서도 신자산건전성 분류기준(FLC)에 맞춘 충당금을 쌓느라 여념이 없고,일부 은행은 충당금 추가부담을 덜기 위해 신규 자금지원까지 중단한 상태. 여기에 금융감독원이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전면 실태조사에 나서면서 퇴출리스트에 올린 부실워크아웃 기업을 선별하는 작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워크아웃 성과가 채 나오기도 전에 정비작업을 서두르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충당금 적립,장난이 아니다=워크아웃 기업이 상대적으로 많은 한빛-조흥-서울-외환은행은 충당금 적립에 애를 먹고 있다.한빛은행의 경우 FLC에 따른 워크아웃 기업 충당금이 5911억원에 달한다.그러나 지금까지 쌓아둔 충당금은 48억원으로 5863억원을 추가 적립해야 한다.이 은행은 이에 따라 영업이익 대부분을 충당금으로 전환,6월중 당기순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자본확충 방안이나 보완자본 확대 등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서울은행도 FLC를 반영한 워크아웃 충당금이 4394억원에 달하지만 현재 확보된 자금은 231억원이다.조흥은행과 외환은행도 각각 1547억원과 1823억원을 쌓아야 하지만 이중 조흥은행만 123억원을 적립된 상태다.나머지 은행들도 수익이 날 경우 워크아웃 기업 충당금을 최우선 적립한다는 입장이다.한미은행 관계자는 “충당금을 제때 적립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분기,반기 순익에 앞서 충당금 적립에 나서고 있다”며 “일부은행은 순익이 없거나 아예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워크아웃 재정비 나섰다=이처럼 FLC적용으로 충당금 적립부담이 늘자 은행들은 신규자금 지원 중단 등 워크아웃 재정비 작업에 본격 나서고 있다.한빛은행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 구조조정 협약이 끝나는 만큼 채권금융기관이 워크아웃에 준하는 형식이나 제도적 보완작업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재정비 작업 가능성을 내비쳤다.

실제로 은행들은 최근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모럴해저드가 심화되면서 신규여신 중단을 놓고 채권단간 심한 갈등마저 표출해왔다.그 대표적인 예가 ‘우방’. 주간사인 서울은행은 주택은행이 일시적 대출금환수에 나섰기 때문에 우방이 자금난을 겪었다며 신규자금 지원에 미온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이에 따라 19일 개최되는 우방에 대한 추가지원 (1600억원) 문제도 난항이 예상된다.이에 앞서 서울은행은 진도에 대한 자금지원을 전면 유보한 바 있다.여기에 금융감독원과 은행 검사부의 ‘워크아웃 기업 공동실사’도 이같은 움직임을 뒷받침하고 있다.조흥은행 관계자는 “이번 정부의 실사작업이 끝나면 어떤 식으로든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정리방침이 잡히지 않겠느냐”며 살생부 작성 가능성을 내비쳤다.

◇워크아웃 조기폐지 무리 많다=은행측은 일부 워크아웃 기업의 모럴해저드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정부의 워크아웃 재조정 등 정비작업과 관련해서는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한빛은행 관계자는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최소 3∼5년 정도가 걸리는데 겨우 1년6개월∼2년밖에 안된 상황에서 워크아웃제도를 전면 수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특히 그는 “워크아웃 도입이후 사외이사,경영진평가제 도입과 함께 경영관리단 파견 등 기업 투명감시제가 정착되고 재벌중심,오너 1인중심 경영이 무너지는 등 국내 기업경영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보다 장기적 측면에서 정부가 접근해 줄 것”을 당부했다.

/ykyi@fnnews.com 이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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