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여야 소장의원 아름다운 반란…상대당 '공격수'역할 거부

조석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18 04:48

수정 2014.11.07 13:48


“더이상 우리에게 명분 없는 ‘홍위병’ 역할을 강요하지 말라.”

초·재선의원 등 일부 소장파의원들의 ‘아름다운 반란’이 일어났다.명분없는 국회파행과 강경기류,보스정치,비합리적 의회문화 등에 반기를 들고 더이상 ‘공격수’역할을 거부하겠다는 기류가 여야 초·재선중심의 소장파의원들 사이에서 큰 흐름을 타고 있다.그동안 ‘광주 술 파티’사건으로 몸을 낮춰온 소장파 의원들이 국회파행을 계기로 정치문화의 틀을 바꾸려는 본격적인 행보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

일부 386의원들과 초·재선 의원들은 1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즉각적인 국회의 정상화와 자신들을 더이상 명분없는 공격수로 동원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당 김성호·정범구·이종걸·함승희,한나라당 안영근·서상섭·김원웅 의원등 여야 초·재선의원 7명은 “민생현안을 제쳐 놓고 정치적 공방으로 치닫는 16대 첫 국회의 모습을 보면서 실망과 자책을 금할 수 없다”며 “국민의 이익과는 상관없이 당지도부의 이해관계에 따라 파행을 겪고 있는 이번 국회의 모습은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것으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당지도부의 지시에 일부 끌려온 점에 대해 스스로 반성한다”며 여야 지도부에 대해 ‘공격수 역할을 강요하지 말 것’과 앞으로 ‘당지도부의 정당하지 못한 요구에 대해서는 단호히 거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특히 이들은 “어떤 정치적 이유로든 국회의 문이 닫혀서는 안된다”며 즉각적인 국회정상화를 촉구하고 “국회는 더이상 삿대질과 고함,욕설 등이 난무하는 싸움판이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모임은 지난 14일 국회파행이 절정에 달했을 때 한나라당 안영근,민주당 김성호 의원등 몇몇 초선의원들이 “이대로는 안된다”며 “소장파의원들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결의한 데서 비롯됐다.

모임을 주도한 한나라당 안영근 의원은 “산적한 민생현안을 놔두고 이정도 사안으로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뜻을 같이하는 몇몇 의원들에게 행동에 나서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안의원은 “대부분의 초선의원들은 매일 매일 국회에 출석하지만 도대체 무슨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그저 당지도부가 시키는 대로 행동해야 하는가 하는 깊은 좌절감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건전한 의회문화 정립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성호 의원은 “명백하게 잘못 돼가고 있는 국회의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정치를 표방한 젊은의원들이 아무런 입장표명을 안하는 것은 유권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모임을 주도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모임에 예상보다 적은 의원들이 서명에 참가한 것은 ‘집단행동’에 참여했다가 당내외로부터 상처를 받지 않을까 하는 의원들의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대해 한나라당 386의원들의 모임인 미래연대 대표인 남경필 의원은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당지도부와 갈등양상으로 비쳐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서명에 불참했다”며 “앞으로 의원총회 등을 통해 건전한 의회문화 정착을 위한 적극적인 의사표명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날 모임에 잠깐 들른 민주당 임종석 의원은 “여야를 막론하고 개혁적 초·재선의원들의 소신발언이 필요하다는 데는 백번 공감하나 당의 원내부총무를 맡고 있어 부담스런 측면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에대해 민주당 김성호 의원은 “참여의원들의 숫자가 문제될 수 없으며 소수라도 국회파행에 대한 분명한 문제제기가 중요하다”며 “앞으로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을 규합,새로운 의회문화의 틀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날 성명에서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의 동참을 촉구하며 이 모임을 ‘새로운 의회문화를 추구하는 의원모임’이라는 국회연구단체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seokjang@fnnews.com 조석장·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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