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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동아시아, 세계경제 한축 이룬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18 04:48

수정 2014.11.07 13:48


전세계가 미국-유럽-동아시아의 3각 구도로 개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미국 국제경제연구원(IIE)의 프레드 버그스텐 소장이 주장했다.

버그스텐 소장은 한국·중국·일본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등 이른바 ‘아세안+3”이 유럽과 같은 지역협력 체제를 빠른 속도로 구축하고 있어 세계질서가 사상 처음으로 미국-유럽-동아시아의 3각 구도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버그스텐 소장은 이코노미스트지(誌) 최신호에 실린 ‘3각 구도의 세계’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다음은 버그스텐 소장의 기고문 요약이다.

“국제금융에 관한 한 주요 7개국(G7)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자신들이 뼈대를 책임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적어도 중기적으로는 세계금융 질서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한·중·일과 아세안 10개국이 추진하는 새 지역협력체제 ‘아세안+3’에 의해 일어날 것이다.


또 세계 교역체제의 변화는 한·일·싱가포르 및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이 서둘러 협상을 진행 중인 무역협정으로부터 비롯될 것이다.

다른 지역이 제대로 인식도 못하고 있는 사이에 동아시아가 자기들만의 경제 협력체를 구축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세계질서에 3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국제금융 부문을 보자. 아세안+3는 지난 97년 아시아 금융위기의 여파로 이미 통화 스와프를 발표하는 등 발빠른 진전을 보이고 있다. 이는 마치 1960년대 초 세계 주요 10개국이 전후 첫 통화위기를 맞아 결성했던 네트워크와 유사하다.

이에 따라 아시아통화기금(AMF) 구상이 다시 떠오르고 있으며,당초 일본이 제시했던 이 안에 반대했던 중국도 이를 지지하고 있다.

무역부문 통합도 가속화하고 있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일본이 한국·싱가포르·멕시코·캐나다 등과 자유무역협정을 추진 중이며 이 지역 2위의 경제규모를 갖춘 한국은 뉴질랜드·칠레·일본 등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동시에 아세안자유무역지대(AFTA)를 구축한 동남아는 호주·뉴질랜드 자유무역지대와 연결하는 방안을 협상 중이며 한·중·일도 동북아자유무역지대를 연구 중이다. 이는 다시 아세안자유무역지대와 합쳐질 수 있다.

동아시아가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로 네가지를 들 수 있다. 즉 △동아시아 금융위기 △세계무역기구(WTO)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교역 자유화 실패 △유로화 등 유럽통합의 영향 △미국과 EU의 행태에 대한 우려가 그것이다.

특히 지난 97∼98년 아시아 금융위기는 서구 자본이 대거 빠져나가는 바람에 촉발됐다는 시각이 강하다. 동아시아는 힘을 되찾으면서 이제 다시는 외부 세력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세계 무역시스템의 실패도 동아시아의 결속을 촉발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이 지역 국가들은 미국와 EU의 보호무역주의에 경각심이 높아졌다.

동아시아의 경제블록화는 두가지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 첫째는 유럽처럼 되는 것이다. 즉 독일과 프랑스처럼 일본과 중국이 손을 잡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동아시아는 미국·유럽과 함께 세계경제를 관리하는 3각 파트너의 일원이 될 수 있다.

둘째는 동아시아가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동아시아는 현재 8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자체 자본시장을 구축하고 국제 금융기관의 조언을 무시해 버릴 능력이 있다.

이를 방지하려면 세계경제에서 동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에 맞춰 IMF·세계은행 등 국제 금융기구를 개혁해야 한다. 태국 부총리를 차기 WTO 사무총장으로 지명한 것은 좋은 징조다.


지금 동아시아는 유럽이 50년 전 그랬던 것처럼 역사적 진화의 막바지에 서 있다. 다른 지역 국가들은 동아시아의 국제적인 역할을 수용하고 금융기구를 뜯어고쳐야 한다.
이 과정이 실패냐 성공이냐에 따라 앞으로 50년에 걸친 세계의 모습이 달라질 것이다.”

/ wall@fnnews.com 성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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