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차입금 2조2200억원, 부채비율 1762%, 당기순이익 -1600억원….
1998년 10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신청 당시 아남반도체의 재무 지표 중 일부다. 이로부터 2년 8개월이 지난 이달 현재 아남반도체의 모습은 어떨까. 차입금은 무려 2조원 가까이 줄어든 2,700억원, 부채비율은 66%, 올 연말 기준 예상 당기순이익은 3,800억원대에 이른다. 지난 18일 조흥은행 등 16개 채권금융기관 협의회는 이 회사에 ‘워크아웃 조기 졸업’이라는 선물을 안겨줬다.
아남반도체는 96∼97년 2년 동안 1조6000억원의 외화를 차입, 광주시와 경기도 부천에 패키징공장과 웨이퍼 FAB공장을 건설했다. 공장증설은 매출증대에는 기여했지만 외환위기가 불어닥치자 환차손이라는 부메랑이 돼 회사를 강타했다. 부채비율은 96년 429%에서 97년말에는 2167%로 치솟았다.
벼랑끝에 몰린 회사는 98년 10월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에 자발적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이후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나섰다. 지난해 5월부터 올 4월에 걸쳐 광주시와 수도권 일대 4개 공장을 미 ATI사에 팔고, ATI사로부터 직접 투자(증자)를 받는 등 총 21억1000만달러의 외자를 유치했다. 이 돈 중 1조7000여억원은 차입금 상환에 사용했다. 임직원의 26%(2500명)를 감원했다. 최근의 반도체 특수도 회사 재기에 큰 힘이 됐다. 모범적 워크아웃은 채권단에도 이익을 주었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5000원 및 8000원에 대출금 출자전환을 했던 채권은행들은 이 회사 주식이 7월 현재 1만4000원대를 오르내리면서 무려 1조원 이상의 평가익을 올렸다.
/ shkim2@fnnews.com 김수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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