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우사태1년의 반성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19 04:48

수정 2014.11.07 13:47


대우사태를 겪은 지 1년을 맞는다.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대우그룹의 유동성위기가 금융기관으로부터 4조원의 긴급자금을 수혈받으면서 표면화한 것이 지난해 7월19일의 일이었다. 그뒤 12개 계열사가 워크아웃대상에 들어가면서 우리나라 제 3위의 거대 재벌은 해체의 길에 들어섰고 급기야는 한 때 젊은이의 우상이었던 김우중 회장은 외국에서 경영일선에서의 은퇴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그 1년 동안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고 어떤 실천을 하였는가. 대우 그룹의 해체가 가져온 교훈은 무엇보다 대마불사의 신화가 깨졌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큰 기업이라 해도 경영이 방만하고 수익성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음을 입증한 것이다. 정경유착에 의해 금융기관이 돕는다 해도 그에는 스스로 한계가 있고 시장의 힘에는 대항할 수 없음도 일깨워 주었다.
선단식 경영,총수의 전횡에 의한 황제식경영의 종착역이 어딘지를 일러주었다.

그러나 그 값진 교훈이 망각속으로 사라지는 것 같은 요즘의 기업 행태는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자는 각오가 무색하게 성수대교가 붕괴하고 시랜드화재 1년여 만에 수학여행길의 고교생이 참변을 당하는 경험하는 우리로서는 대우사태의 교훈을 또 다시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대우사태이후 우리 기업경영 행태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은행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줄어든 것은 그 중에서도 반가운 현상이다. 98년 352%에 이르렀던 5대 그룹의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에는 173%로 낮아졌다. 재벌의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다행한 일이다. LG그룹이 지주회사를 설립하려는 계획을 갖는 것은 경영의 새 시도로 평가할 만하다.

이와 같은 재계 일부에서의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볼때 재벌 개혁의 수준이 기대에 크게 못미치고 있음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재벌 총수의 독주와 지배력은 가시지 않고 있고 문어발식 경영형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재벌의 경제력 집중억제를 위해 부당내부자거래조사,상호출자금지 등 구조조정을 위한 정부의 유도책에도 불구하고 5대 재벌의 계열사간 연결고리가 더욱 강해졌다고 하는 KDI의 조사결과는 우리를 더욱 실망시키고 있다.


온 국민에 엄청난 상처를 남기고 지금까지 금융경색의 후유증을 안겨다 주고 있는 대우 사태에서 무엇인가 교훈을 얻는다면 정부의 재벌정책이나 재벌 스스로의 경영방식에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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